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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 듣느니 혼자 즐긴다"… 2만원짜리 편의점 수라상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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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1000만 시대, '혼설족'은 궁상이 아닌 '갓생'
유통가, 호텔급 도시락·위스키로 2030 공략

편의점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편의점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오는 16일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직장인 김모(29·대구 수성구) 씨는 고향에 내려가는 기차표 대신 편의점 앱을 켰다. 김 씨가 예약한 것은 2만 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명절 도시락과 평소 눈여겨봤던 위스키 한 병이다. 김 씨는 "왕복 10만 원이 넘는 차비와 도로 위에서 버리는 시간, 친척들의 결혼 잔소리를 생각하면 혼자 보내는 연휴가 훨씬 경제적이고 행복하다"며 "호텔 뷔페는 부담스럽지만, 편의점 프리미엄 도시락으로 나만의 '소확행'을 즐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족 대명절 설 풍경이 바뀌고 있다. 고물가와 세대 갈등, 1인 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귀성을 포기하고 홀로 연휴를 보내는 이른바 '혼설족(혼자 설을 보내는 사람들)'이 주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과거 '처량한 한 끼'의 대명사였던 편의점 도시락은 이제 호텔 요리 못지않은 화려한 '수라상'으로 진화해 2030 세대의 지갑을 열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편의점 4사(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는 설 연휴를 겨냥해 1만 원대 중반에서 2만 원대에 이르는 프리미엄 도시락 물량을 전년 대비 약 20% 늘렸다.

과거 편의점 명절 도시락이 불고기나 잡채 등 기본 반찬 위주였다면, 올해는 랍스터, 킹크랩, 전복, LA갈비 등 고급 식재료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한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 판매된 도시락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00원대 가성비 제품보다 1만 원 이상의 프리미엄 제품 매출 신장률이 2배 이상 높았다"며 "혼자 보내더라도 제대로 된 한 끼를 먹겠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트렌드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통계청이 발표한 1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세와 무관하지 않다. 2025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40%를 넘어섰다. 혼자 사는 삶이 보편화되면서 명절을 가족 행사가 아닌 '개인의 온전한 휴식 기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여기에 지속되는 고물가도 귀성길을 막는 요인이다. 차례상 비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 외식 물가마저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는 편의점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편의점들은 도시락뿐만 아니라 혼자 즐기기 좋은 소용량 와인, 위스키, 전통주 라인업을 강화하며 '홈술족'까지 겨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혼설족의 증가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라고 진단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게 명절은 더 이상 의무적인 가족 모임이 아니라, 평소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보는 '갓생(God+생, 부지런하고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의 시간으로 재정의되고 있다"며 "유통업계 또한 4인 가족 기준의 대용량 선물세트보다는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프리미엄 상품 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편의점 업계는 연휴 기간 문을 닫는 식당을 대신해 '구원투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보인다. 앱을 통해 재고를 미리 확인하고 픽업 주문을 이용하면, 연휴 기간에도 품절 걱정 없이 원하는 도시락을 즐길 수 있다. 이번 설 연휴, 꽉 막힌 고속도로 대신 편의점으로 향하는 발길이 그 어느 때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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