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있었구나 늬가 거기 있었구나 있어도 없는 듯이 그러능게 아니여
내 너를 잊었던 건 아니여 결코 아니여
정말 거짓말 아니여 정말
해쓱한 널 내가 차마 잊을까 뉘 있어 맘 터억 놓고 나만 돌아서겠니
암, 다아 알고 있어 늬 맘 행여 눈물 비칠까 도사리는 안인 거
울면서 씨익 웃음짓는 늬 심정 다 알아 나
정말이여 나, 나 설운 게 아니여 정말 조각난 늬 아픈 델 가린다고 모를까
이렇게 흐느끼는 건 설워서가 아니여
겨울 언 하늘에도 낮달이 있습니다. 가다 만 듯, 아니 간 듯. 바람에 할퀸 낮달이 빈 수레를 끄는 소리 들립니다. 서녘으로 가는, 낡은 나무 수레입니다.
그 낮달에 차마 잊지 못한 '해쓱한' 얼굴이 겹칩니다. '있어도 없는 듯' 하염없는 눈길이 오랜 날을 삭여온 것들을 울컥 치밀게 하는군요. '너를 잊었던 건 아니'라고, '결코 아니'라고, '정말 거짓말 아니'라고, 거푸 내뱉는 다짐의 반은 이미 눈물입니다.
'조각난 늬 아픈 델 가리'고, '울면서 씨익 웃'는 그 심정은 말 안 해도 다 알지요. 속내를 들키고 보니 여태 잊지 못한 것이 되레 송구할 뿐입니다. 은결이 들 만큼은 든, 마치 태 먹은 옹배기 같습니다. 말 못할 연분의 말 못할 애틋함이 토속의 입말을 만나 절실한 울림을 낳습니다.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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