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상 기온에 한해 매출 '좌지우지'

올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이 예보되면서 가전제품과 의류, 빙과류 등 여름 상품들을 준비하는 업체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최근 영국 기상청이 역사상 가장 더웠던 지난 1998년보다 올 여름이 더 덥겠다고 예보하면서 업계들이 재빨리 대비에 나선 것. 실제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올 여름 제품의 예상 물량을 지난해보다 10% 늘려잡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백색가전전문 제조업체의 경우 지난해 128만8천 대의 에어컨을 생산했지만 올해엔 135만 대를 생산하기로 했다. 이곳 최희국 홍보담당자는 "올 여름 폭염이 예상돼 물량을 늘렸고 상황에 따라 추가 생산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 이 업체의 경우 지난해보다 한 달 정도 당겨 소매점과 대형 할인점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기도 했다. 에어컨의 경우 이달 현재 전국적으로 20만 대가 이미 예약돼 지난해의 3배를 이미 넘어섰다. 대구 북구 한 대형소매점의 에어컨 매장주 성삼숙(46) 씨는 "올 여름 더워질 것이란 예보에 벌써 에어컨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며 "에어컨 출시 3주 만에 20대를 예약 판매했다."고 전했다.

의류업계도 마찬가지. 캐주얼을 생산하는 S브랜드의 경우 민소매옷과 티셔츠의 물량을 지난해보다 10~20% 정도 늘렸다. 김진협(29) 마케팅 담당은 "폭염에 대비해 파란색과 회색 계통의 색을 사용, 시원한 느낌을 강조하는 한편 디자인 역시 길이를 짧게 만들거나 소매 부분을 짧게 했다."고 말했다. 이 브랜드도 당초 계획보다 여름 상품 물량을 늘려 추가 주문해 놓은 상태다.

여름 상품 준비에 바쁜 업체들과 달리 겨울 상품 업체들은 울상이다. 대구 한 대형소매점에서 열풍기와 온풍기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문종민(26) 씨는 "지난해에 비해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이 때문에 지난해보다 3주 앞당겨 제품을 철수했다."고 했다. 이 매장의 경우 난방용품을 전시했던 자리에 벌써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용품을 내놨다. 가정집에 난방유를 공급하는 한 석유 업체도 지난해에 비해 20~30% 정도 주문 물량이 줄었다고 했다. 업주 전모(30) 씨는 "날씨가 따뜻해 기름을 찾는 주문 전화가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한 대형소매점 남성용 정장 매장의 류모(40) 씨도 "올 겨울 코트를 찾는 사람들이 지난해의 반 정도밖에 안됐다."며 울상을 지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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