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의 두 뉴스메이커가 비싼 종이 값을 다시 올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다. 노 대통령과 유 장관은 말을 매우 잘하는 데다 말하기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로 인한 舌禍(설화)가 잦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모양이다. 노 대통령은 최근 '대한민국 진보 달라져야 한다'는 글을 청와대 브리핑에 올려 '論客(논객) 대통령'의 이미지를 새삼 부각시켰다.
◇최장집 고려대 교수의 '보수 집권 수용론'에 대한 진보 진영 교수들의 반론과 재반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 대통령이 가세하면서 핫이슈로 등장했다. 여기에 '한나라당이 이번 대선에서 99% 승리한다'는 유 장관의 발언은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유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非(비)보도를 전제로 말했지만 기자들이 그의 말을 그냥 지나칠 리 만무하다는 것을 이미 계산한 발언이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무능 때문에 진보 진영이 망하게 됐다며 진보 진영이 참여정부와 선긋기에 나서자, '진보진영만 사는 나라냐'며 반박하고 나섰다. 지지자들이 비판자로 돌아서 섭섭했겠으나 역시나 특유의 '도발적 話法(화법)'이다. '좌회전 신호를 넣고 우회전했다'는 진보진영의 비판에 대해서도 '유연한 진보'라고 강변하며 '교조적 진보'에 대응한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黑猫白猫論(흑묘백묘론)이 떠오른다. 그렇다. 꿩 잡는 게 매다. '유연한 진보'든 '교조적 진보'든 국민들의 욕구만 채워주면 된다. 지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충분한 일자리와 외환위기 이후 격화된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부다. 좌회전을 하든 우회전을 하든 국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정부가 최고의 정부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참여정부는 아무리 강변해도 성공한 정부라고 평가받기 어렵다. 물론 과거사 청산과 지역주의 타파 등 참여정부의 업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제 '민주화'보다 '밥'을 더 원한다.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정치다. 정작 비극은 보수가 제대로 반성문도 쓰지 않고 진보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만 누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효자손'노릇을 제대로 할 것 같지 않다는 말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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