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막혀도 바람이 불어 배가 뜨기 어려워도 꾹 참고 기다려 꼭 고향에 가고야 마는 설이 끝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 맘 때면 늘상 정치인들은 '설 민심'을 전한다. 이번 설에 정치인들이 전한 민심을 들으면 국민들의 최고 관심은 연말 大選(대선)에 있었다. 대선이 있는 해의 설이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중 가장 많은 질문은 단연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였다. 민심이란 朝變夕改(조변석개) 하는 생물과 같아서 그 누구도 결과를 豫斷(예단) 할 수 없다는 것을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묻고 또 답했다. 특히 한나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대구·경북 출신인지라 대구·경북민에게는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고, 그 후보가 지금의 여론 흐름대로 대선에서 최종 승리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란 게임에만 관심이 있지, 그 사람이 어떤 哲學(철학)을 갖고 있고 어떤 公約(공약)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문제다.
대통령 후보의 철학과 공약은 국가의 장래나 국민 생활과 직결된다. 대통령 후보가 지방, 또는 특정 지역의 발전을 위해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느냐는 지방의 내일을 위해 중요하다. 더욱이 대형 프로젝트가 없어 희망이 보이지 않고, 지역총생산액(GRDP)이 십수년 넘게 꼴찌라 살기 힘든 대구·경북에게 대통령 후보의 생각은 더욱 중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대통령 후보에게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바로 地方分權(지방분권), 國歌均衡發展(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질문이다.
후보 검증 공방에도 불구하고 여론지지도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003년 12월 국회에서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을 제정하려 할 때 이에 반대했다. 물론 이 시장은 서울과 관련성이 높은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적극 반대하고, 서울과 다소 관련성이 약한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반대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반대로 경기도와 밀접한 공공기관 이전에 대해 적극 반대했다.
당시에는 두 사람 모두 현직이 서울과 경기도를 이끌고 있는 단체장이었기에 그런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이해해 줄 수는 있다. 그렇다면 새로 답해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세종시를 제대로 건설할 것인가? 공공기관 이전과 혁신도시 건설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인가? 교육자치제와 경찰자치제를 실시할 것인가? 날로 생활수준이 뒤처지고 있는 지방의 경제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갖고 있는가?
이같은 질문은 박근혜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박 전 대표는 당시 지방분권특별법에 대해 내놓고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지역구 출신 의원답게(?) 찬성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한 측근에 따르면 박 전 대표가 지역 공약을 하는 것을 몹시 꺼린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대권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지금 지방분권에 대해서는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참여정부는 지방민의 성에 차지는 않았지만 지방분권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한 정부임이 분명하다. 수도권 중심 사회에서 지방분권은 그만큼 힘든 일이라 이만큼 밖에 오지 못한 것일 게다.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없다고 해서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정책마저 관심 밖으로 밀려나서는 안될 일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7일 안동에서 '대못을 박으라'고 했다. 대권 주자에게 지방민의 표가 필요한 '정치의 계절'이 왔으니 국가균형발전 정책만큼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흔들림 없이 지속되도록 그들이 공약하게 하라는 주문이었다. 자신도 2002년 대선 당시 지방분권국민운동과 '지방분권 대국민협약식'을 가져 그 약속을 지키려 노력할 수 있었다는 사실도 상기했다.
인기없는 노 대통령의 말대로 지방분권,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다음 정권, 또 그 다음 정권의 주요 국정과제가 되게 하는 것은 이제 지방민의 손에 달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각 지역을 찾고 있는 대권 주자들에게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당신은 수도권이 먼저인가 지방이 먼저인가? 지방 살리기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 의지가 있다면 구체적 방안은 무엇인가?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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