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교 영어교육)대구 용계초교

"교육효과 높이려 수업시간 늘렸어요"

"주당 한두 시간 영어 수업으로 제대로 된 교육 효과를 기대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입니다. 이러니 학부모들은 자꾸 사교육에 의존하려 들고, 공교육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 아닙니까."

지난달 29일 만난 윤병주 대구 용계초교 교장은 초등학교 영어수업 시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용계초교는 올 초 교육부가 전국 16개 시·도별로 1곳씩 선정한 '영어 교육 연구학교'다. 타 학교에서는 3·4학년 주당 1시간, 5·6학년 주당 2시간씩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용계초교는 지난달부터 각각 4시간, 5시간으로 확대했다.

윤 교장은 "짜인 시간표 안에서 수업 시수를 늘리는 것과 교사들을 재배치시키는 일이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시수 확대를 위해 재량활동에서 1시간을 가져오고, 매주 이틀은 다른 학교에 비해 1시간 수업을 더 하도록 7교시까지 시간표를 수정했다. 늘어난 3시간 중 2시간은 영어 심화 수업 시간으로 돌렸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영어체험학습의 날'로 정해 4시간 통째로 연장 수업을 펼치고 있다.

박수경 연구부장교사는 "영어체험학습의 날에는 담임교사, 영어전담교사, 학부모 보조교사 등이 팀티칭(Team teaching) 형태로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반별로 주어진 상황에 맞춰 회화와 활동 위주의 수업을 한다."고 했다.

학교 측은 또 수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 2명의 영어전담교사를 초빙했고, 매 수업마다 담임교사가 참관, 수업기법을 배우고 있다.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반을 갈라 수준별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수업 내용은 '영어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 향상'이라는 초등 영어 교육 취지에 맞춰 영어 동요 부르기, 영어책 만들기, 역할 놀이 등 게임과 놀이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상문 영어전담교사는 "영어는 투자한 대로 실력이 향상되는 만큼 더 많이, 자주 영어에 노출되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했다.

영어 수업에 대한 학생, 교사들의 반응은 어떨까. 용계초교 측이 지난해 11월 영어 수업 확대를 앞두고 학생, 교사 등 3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생 65%가 '영어 수업에 흥미가 있다'고 답했고, 교사 58%가 '3, 4시간으로 영어 수업을 늘려야 한다'고 응답했다. 영어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도는 다른 과목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한 6학년생은 "외우고 쓰는 학원 수업보다 더 재미있고 진도가 느리게 나가서 좋다."고 했다.

다만 교사들은 교재 연구와 제작에 대한 어려움과 정확한 언어구사가 어렵다고 밝혀,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윤 교장은 "학생 상당수가 사설학원에서 영어를 미리 배워 관심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영어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연수 기회를 통한 교사들의 수업 능력 향상, 질 높은 교육자료의 개발, 원어민 교사 확보 등이 남은 숙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