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2011년에 대한 기대

경제적 활로를 찾지 못해 위기에 처해 있던 대구에 한줄기 빛이 비쳤다. 한국의 3대 도시-최근에 도시 규모 면에서 인천에 밀리고 있다-이지만 국제적으로 무명 도시인 대구는 경제적 부가가치가 엄청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에 전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성공하게 됐다. 김범일 대구시장과 유종하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위원장, 박정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 등 유치단은 케냐 몸바사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고 지명도에서 압도적인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물리쳤다. 비가 내리는 지난달 29일 유치단은 영웅처럼 대구에 개선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월드컵 축구대회, 하계 올림픽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통할 만큼 브랜드 효과가 큰 대회이다. 대회 개최지 역시 연인원 65억 명 이상의 전 세계 TV시청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다. 대구는 2011년에 세계 무대의 사교계에 데뷔하게 될 것이다.

자타가 평가하기를 분지에 둘러싸인 도시에 살아온 대구 사람들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며 자존심 강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국제 무대로 나가려고 하는 것이 흥미롭다. 세계화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선 도시 경쟁력이 국제 수준을 갖춰야 하고 그 중 하나가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대구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하게 됐지만 대구의 미래 비전은 아직 불확실하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어떤 길로 나아갈지는 뚜렷하지 않다. 대구 사람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가 잘 돼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세계 지향적인 기업인들과 학생 등 젊은 층이 많이 있지만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는 보수적, 폐쇄적 문화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4년간, 그리고 개최한 이후에 대구와 대구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개방적으로 바뀌길 기대한다.

대구 시민들과 대구시가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잘 치를 것이라는 데에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회 유치 과정에서 보여준 대구시민들과 대구시의 열정과 노력은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인들이 대거 오게 되는 국제 행사를 일치 단결하여 잘 치르는 특성이 있고 그러한 경험이 많다.

무엇보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기대한다. 지구 온난화로 8월 말에서 9월 초의 대구는 더울 것으로 걱정되지만 도심보다 기온이 낮은 대구월드컵경기장은 쾌적한 자연 환경 속에서 세계의 건각들을 맞이할 것이다. 세계 최고로 빠른 선수들, 가장 높이 뛰어나르는 선수들, 튼튼하기 그지 없는 심장을 지닌 선수들이 대구의 하늘 아래에서 세계 육상사에 기억될 레이스를 펼칠 것이다. 아사파 파월의 폭발적인 질주는 호나우디뉴의 드리블과 슛을 능가하는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우리 대구에서 그 숨막히는 경기가 벌어지고 우리들은 그 레이스를 볼 수 있다.

김지석(스포츠생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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