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에 담는 나의 마음. 메신저 대화명 속에는 남에게 보이고 싶은 나의 모습을 쉽게 담아낼 수 있다. 그래서 메신저 대화명만 보고도 상대의 마음을 어느정도 짐작 가능케 한다.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애정전선에는 이상이 없는지, 지금 현재 간절히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상대방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직장 동료 간에 이 메신저 대화명은 서로의 분위기를 파악하는 정보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우울해하는 동료에게 커피한잔 건내고, 부하직원에게 하기 쑥쓰러운 사과의 말도 글을 통해 한결 부담없이 건낼 수 있다.
#간접적으로 전하는 헬프미~
박희영(30)씨는 얼마전 지역 방송국의 '텔레콘서트' 티켓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며칠전부터 "텔레콘서트 가고파ㅠ_ㅠ"라고 돼 있는 그녀의 대화명을 본 친구 한 명이 인맥을 동원해 콘서트 티켓 두 장을 구해준 것이다. 사실 이런 부탁을 직접적으로 하게 되면 서로가 부담스럽지만, 메신저 대화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요구하는 '청탁'이다보니 오히려 부담감이 적다.
'우울모드', '컨디션!꽝' 등의 대화명을 통해 자신의 힘든 심정을 이해하고 헤아려달라는 간접적인 응석형도 있다. 아무래도 이렇게 써 놓다보면 대화 상대들이 거는 말부터도 조심스러운데다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고, 격려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지전달형
경조사를 알리는데는 메신저만큼 광고 효과가 좋은 것도 없다. 결혼, 돌잔치, 아기 출산 등 자신의 기쁜일은 물론이고 전시회나 공연 등에 이르기까지 공지의 대상은 다양하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장모(32) 씨는 3개월전부터 메신저 대화명이 '4월 ○○일 오후 ○시 인터불고 목련홀'으로 돼 있다. 자신의 결혼식 날짜와 장소를 강제로 대화상대에게 고지시키는 것이다. 메신저에 접속할 때 마다 이 대화명을 볼 수 밖에 없어 차마 잊어버릴래야 잊어버릴 수 없게 만드는 깜찍한 작전. 이 경우 "미안해, 날짜를 몰라 못갔어."라는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는다. 대화명을 통해 경조사를 공지하는 이용자들은 "상대방이 일정을 잊어버릴 염려가 없고 일일이 전화를 할 필요도 없어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나 지금 화났어! 건들지마!
일부러 보라는 듯이 비꼬는 식의 대화명을 통해 분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기분이 나쁘니 건들지말라는 간접경고다. 김모(여'24)씨는 "내가 만들어 놓은 성과를 부장이 마치 자신이 한 일인 양 거들먹거릴 때 '재주는 곰이 부리고, 칭찬은 누가 받나?'라는 대화명을 써 놓은 적이 있다."며 "그 때 메신저에 등록돼 있는 직장동료들이 이 대화명을 보고 다들 위로의 말을 건내줘 그나마 위안이 됐었다."고 했다. 박모(여.30)씨 역시 마찬가지의 경험이 있다. 상사가 말도 안되는 고집을 자꾸 부려 대화명에 '머리나쁜 사람이 제일 싫어'라고 비아냥 거리는 문구를 써 뒀다. 그 상사는 물론 박씨의 메신저에 버디 등록이 돼 있는 상태. 하지만 박 씨는 "딱히 꼬집어 누구라고 지칭하지 않았으니 나를 나무랄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라며 "가끔 화가날 때는 보란 듯이 시위하는 것도 회사에서 터득한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라고 했다.
그렇다고 대화명에 막말을 내뱉어서는 안될 일이다. 메신저 대화명으로 남을 욕하는 것도 '모욕죄'에 해당되기 때문. 대법원은 지난 2005년 자신이 일하던 컴퓨터 회사에서 해고된 직후 메신저 대화명을 해고당한 회사 사장의 이름을 따 'B 사장 XX끼 XX새끼'로 바꾼 A씨에 대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메신저는 작업중
늘 상대방과의 대화 통로가 열려있는 메신저. 게다가 '대화명'이라는 간접 광고 효과까지 있으니 연애 사업 '작업용'으로는 제격이다.
이은주(가명'32)씨는 얼마전 업무차 만난 한 남성에게 필(feel)이 꽂혔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 하더라도 여성이 먼저 호감을 표시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택한 것이 메신저 작업.
그날 받은 명함에 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통해 그 남성에게 메신저 버디 신청을 한 뒤 일거수 일투족을 살폈다. 몇 시에 로그인 하고 몇 시에 로그아웃 하는지, 주말에는 주로 무얼 하는지 꼼꼼히 체크했다. 그리고는 '대화명'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갔다. "술 땡기는 날, 칭구 해줄 사람!", "외로워..나랑 영화보러 안가실래요?" 등 그에게 날리는 유혹의 멘트를 주로 대화명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자꾸 만남는 횟수를 늘려가면서 결국 그들은 연인관계로 발전하는데 성공했다. 지금은 메신저가 업무 시간 중 사랑의 오작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사회참여도 메신저로
메신저가 사회적인 여론을 모아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2002년 11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두 여중생을 기리는 '추모리본 달기'(▶◀)가 그 첫 사례. 이후 네티즌들의 힘은 메신저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결집됐다. 2004년 이라크에서 희생된 고 김선일씨 사건에서는 추모의 표시로 우리 전통 삼베문양(▩)을 대화명 앞에 달았다. 또 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기표봉을 상징하는 '㉦' 달기 운동이 벌어졌으며, 지난해 4월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 제정했을 때와 3'1절 등에는 대화명 앞에 태극기 달기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채대철(28) 씨는 "사회적인 이슈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대화명을 통해서라도 간접적으로 나의 의사를 밝히고 이런 여론들이 한데 뭉쳐져 힘을 발휘하는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며 "간단히 할 수 있는 사회참여방법중 하나"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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