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낮에는 선생님, 밤에는 벨리댄서…김정은 씨

"야하다고요? 편견 깨뜨리고 싶었어요!"

"우리 선생님은 밤에는 벨리댄서로 화려하게 변신해요."

초등학교 교사인 김정은(26·여) 선생님은 낮과 밤이 다른 '두 얼굴'을 가졌다. 학교에서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평범한 선생님. 하지만 오후 5시 교문을 나서면 '화려한 변신'이 시작된다. 점잖은 세미정장을 벗고 화려하고 섹시한 벨리댄스 의상으로 갈아입는다.

'이미정의 웰빙댄스' 강습소에서 만난 김 씨는 수수한 재킷과 바지를 입은 평범한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10분 뒤 등이 훤하게 드러나는 원색의 의상으로 갈아입자 딴 사람으로 변신했다. 한눈에도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

대학을 졸업한 뒤 4년째 교편을 잡고 있는 김 씨는 "평소에는 점잖은 직업이기 때문에 세미정장을 주로 입는다."면서 "하지만 정장은 너무 답답했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다른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어느날 화려한 의상을 입고 격렬하게 춤추는 벨리댄서들을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평소에는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의상을 저도 한번 입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벨리댄스를 배우기로 결심했습니다."

벨리댄스를 배운지는 벌써 6개월째. 요즘은 일주일 가운데 강습이 있는 월·목요일 밤이 가장 즐겁다. 꾸준히 연습을 한 결과 실력도 수준급으로 향상됐다.

노출이 심하다는 주위의 편견은 여전하지만 대형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면 "나도 뚱뚱하지 않고 날씬하구나."라는 자신감까지 생긴다.

벨리댄서를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의상도 점점 화려해졌다. 현재 가장 좋아하는 의상은 화려한 장식이 달린 금색 스커트. 김 씨는 "벨리댄스는 하면 할수록 매력적"이라면서 "더 잘하고 싶고 좀 더 화려한 의상을 통해 남들에게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고 털어놨다.

지난달엔 가족과 친구 등 수많은 관객들 앞에서 벨리댄스 공연 '데뷔무대'를 가졌다. 가족들 앞에서 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쑥스러웠지만 자신의 변한 모습을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욕망도 있었다. "너무 야한 것 아니냐", "잘 한다. 너무 멋있다." 등 반응은 양분됐지만 하고 싶은 일을 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더욱 강해졌다.

김 씨는 "평소 얌전한 성격이어서 벨리댄스를 추는 모습에 친구들이 놀라워했다."면서 "벨리댄스는 재즈댄스보다 대중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친구들도 시작하기를 주저한다."고 말했다.

학교 학생들은 물론 동료교사들도 김 씨가 벨리댄스를 배우는 것을 아직 알지 못한다. 일부러 알리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도 멋쩍었다.

김 씨는 "학생들과 동료 교사들이 알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원래 뭐든지 오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벨리댄스 만은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특활시간에 학생들에게 벨리댄스를 가르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화려한 모습을 보고 학생들도 좋아했으면 좋겠습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