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거 질환 보유자 보험가입 '그림의 떡'

손보사들 퇴짜 일쑤…소비자들 분통

회사원 김모(43) 씨는 최근 손해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사를 찾았다가 허무하게 발길을 돌려야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대장내시경으로 작은 용종을 잘라낸 적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기 때문. 김 씨는 "보험사에서 대장이나 직장 등 재발률이 높은 병력은 보험 가입이 어렵다고 퇴짜를 놓았다."며 "심각한 질환도 아니고 이미 다 치료가 된 상태인데 보험 가입이 안 된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입자의 과거 질환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따지는 보험사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보험사들이 재발률이 조금만 높은 병력이 있거나 시험관 시술 아기, 장애인, 교통사고로 인해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의 보험 가입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정모(27·여) 씨 경우 가슴을 제외한 다른 몸 부위의 암보험만 들 수 있었다. 2년 전 가슴에 작은 섬유종이 생겨 수술을 했던 병력 때문. 새끼 손톱만한 멍울을 제거하는 아주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보험사는 재발할 수 있다며 보험 가입을 거절했다. 정 씨는 "재검진을 받고 문제가 없다는 진단 결과까지 나온 뒤에도 보험회사는 가슴을 제외한 다른 부분의 보험 가입만 받아줬다."고 한숨을 쉬었다.

임신 기간에 가입, 아기가 출생할 때 문제가 생기면 의료비를 받는 태아보험도 원성을 사고 있다. 시험관 시술로 임신한 A씨(33)는 태아보험에 가입하려다 퇴짜를 맞았다. 보험사로부터 시험관 아기의 사고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어 가입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것. A씨는 "어렵게 시험관 시술로 임신에 성공했는데 보험 가입이 안 된다는 말에 크게 실망했다."며 "시험관 아기는 많은 검사를 하기 때문에 다른 아기보다 건강하다는데 왜 가입을 거절하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했다. 외국계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시험관 시술 아기뿐만 아니라 출산 예정일까지 8주가 남지 않았을 경우에도 가입을 거절한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자나 장애인도 보험 가입 때 피해를 보고 있다. 10년 전 다른 사람에게 신장을 나눠줬다는 B씨(36)는 최근 생명보험에 가입하려다 거절당했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장기 기증을 했기 때문에 환자로 취급당했다는 것. B씨는 "장기 기증자는 아무리 건강해도 보험에 들 수 없다는 말에 분노를 느꼈다."며 "장기 이식을 하면 선행이라며 치켜세우면서 사회적으로 홀대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보험소비자연맹 대구지부 박삼수 소장은 "보험사들은 고혈압이나 당뇨, 고지혈증, 간염 등으로 치료받은 경력이 있거나 교통사고로 다쳤을 경우에도 같은 부위를 다시 다치거나 위험률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절한다."며 "보다 많은 이들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사들은 현재보다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보험 가입자가 계약일 기준으로 치료한 지 5년이 지난 질병이 재발해도 입원비와 치료비 명목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험약관을 개선해 5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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