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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쓴 '나의 아버지'] 아버지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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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겨울이면 눈물을 자주 흘린다. 찬바람이 불기시작하면 화장지나 손수건을 늘 갖고 다니면서 자주 눈물을 닦았다. 어른이, 슬프지 않은데, 눈물을 흘리면 유루증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그런 증상과는 좀 달랐다. 피부염을 야기할 만큼 많이 흘리지도는 않았고, 세균 감염이나 누관 이상으로 흘리는 눈물도 아닌 듯 했다. -전문-

아버지가 찬바람이 불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우리가 대구로 이사온 그 해 겨울부터일 것이다. 이사온 아버지는 한동안 집에 계셨다. 아마 한 달쯤 되지 않을까 싶다. 농사를 짓던 사람이니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요즘도 나이 마흔쯤 된 남자가, 별 기술 없이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아버지는 자주 일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밖으로 나가셨고, 몇 군데 출근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아버지가 어떤 일을 하셨는지 잘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한, 아버지가 대구로 이사온 후 맨 먼저 도전한 직업은 전기 용접공이었다. 당시엔 흔히 길가에도 크고 작은 철공소가 많았는데, 그런 곳 중에 하나일 것이다. 아버지는 아마 사나흘쯤 일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찬바람만 불면 눈물을 흘렸다.

철공소로 출근한 첫날이었다. 그날 밤 내가 잠을 깼을 때 밖은 캄캄했는데 새벽인지, 늦은 밤인지 모르겠다. 내 잠을 깨운 소리는 아버지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였습니다. 고통을 견딜 수 없어, 자신도 어쩌지 못해 쏟아내는 신음이었다. 밤새도록 신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나 신음소리를 내신 것은 그때가 처음이고 마지막이었다. 아버지는 아프다고 말씀하시거나,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성품이 아니었다. 다리를 크게 다쳐 깁스를 해야할 지경인데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던 분이기도 했다. 병원에 가시는 것을 싫어하신 데다 병원비로 쓰는 돈을 아깝다고 생각하신 분이기도 하다. 아프다고 모두 병원에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기도 했다. 요즘 우리 기준으로는 적절치 못한 태도가 분명하지만, 아버지에게 병원은 사치에 가까웠다.

이튿날 아침에도 아버지는 출근하셨고, 그 밤에도 끙끙 앓았다. 아버지가 병원에 가는 대신 내렸던 처방은 찬물에 적신 수건을 눈에 대거나, 아픈 눈을 소금물로 헹구는 정도였다. 밤에는 또 끙끙 앓았다. 아버지의 신음소리가 멈추지 않았음으로 나는 겁도 나고, 짜증도 났다. 아버지가 혹시 죽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과 잠을 잘 수 없는데 대한 불만이 교차했다.

아버지가 밤새 끙끙 앓았던 것은 낮에 전기 용접을 하면서 전기용접용 보호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소 용접이 아니라 전기용접은 맨 눈으로 쳐다보면 안 된다. 그 빛이 너무 밝아 눈에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 밝고 강한 빛을 맨눈으로 쳐다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이 눈에 커다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아직 보호경 너머로 보이는 사물에 익숙지 않았다. 또 한 손으로 보호경을 얼굴에 대고, 한 손만으로 용접기를 잡고 일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전기용접을 하면서 보호경을 벗고 용접부위를 자주 확인했고, 그것도 부족해서 안경을 벗은 채로 용접을 하기도 했다. 정교하게 용접하기 위해서였다. 전기용접기가 뿜어대는 파랗고 밝은 빛은 아버지의 눈에 심한 충격을 주었다. 낮 동안에는 그저 욱신거리는 정도였던 통증이 밤에는 참기 힘든 신음으로 변했다. 밤새 끙끙 앓던 아버지는 아침을 먹으면서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장이 내가 용접하는 걸 유심히 보더라고. 아마 취직하게 될 거야. 내 솜씨가 보통이 넘는다고 하더라고."

처자식을 거느리고 낯선 도시에 도착한 아버지는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그러나 대도시에 자신이 익숙한 논밭은 없었다. 아버지는 전기용접기를 쥐고, 사장의 눈에 들기 위해 애썼다. 솜씨 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보호경을 벗어 던지기도 했다. 그렇게 삼일을 일했지만 아버지가 철공소 용접공 자리를 얻지는 못했다. 대신 찬바람이 불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된 자, 남편된 자의 노릇을 하느라 얻은 눈물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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