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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온 식구가 달성공원에서 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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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장성한 아들로 제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지만 달성공원과 아들 준기와는 악연이 있습니다.

준기가 두 돌쯤 지났을 때던가요, 어린이날이 다가왔습니다. 당시만 해도 갈 곳이 없어 놀이공원은 최고의 나들이 코스였지요. 우리는 딸 둘과 아들을 데리고 달성공원에 갔습니다. 사람이 어찌나 많던지요, 돗자리를 펴놓고 한참을 놀았습니다.

준기는 지금과 달리 어릴 때엔 '날쌘돌이'로 불릴 만큼 재빠르게 뛰어다녔어요. 걷지도 않고 늘 뛰어다녔죠. 누나들과 우리는 그래서 늘 준기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끼리 한두 마디 한 사이 바로 앞에서 뛰어다니던 준기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근처에 있으려니 하고 불러봤지만 준기는 보이지 않고, 그때부터 우리는 준기를 찾아 온 식구가 달성공원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지요. 그저 즐겁게만 보이던 놀이공원 안 사람들이 그때부터 갑자기 모두 유괴범으로 보였습니다. 지나가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하나도 예사로 보이지 않고 내 아들을 데려가 버린 사람으로 보였답니다.

한참을 온 식구가 뛰어다니며 준기를 소리 높여 찾아다닌 끝에 남편이 준기를 발견했어요. 당시 여대생들 사이에서 까불거리고 있었다나요? 너무나 다행이었죠. 녀석은 우리가 자기를 찾아다닌 줄도 모르고 마냥 기분이 좋더군요. 즐겁던 나들이는 갑자기 파장 분위기가 돼 모두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지금은 군대도 제대하고 의젓한 젊은이가 된 준기가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합니다. 사진은 바로 그날, 준기를 잃어버리기 전 찍은 사진입니다.

최정임(대구 수성구 범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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