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룰' 소동을 가까스로 넘긴 한나라당이 이번에는 경선 승복 문제로 요란을 떨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대선 주자가 오는 8월 경선 결과를 수용하고 승자에 협력하도록 확실하게 다져놓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의문 채택, 서약식 개최 같은 이중삼중 약속으로 국민과 당원 앞에 경선 승복과 패자 협력을 담보하는 방안을 강구중인 모양이다. 두 주자의 감정대립이 불안하기 때문이겠지만 저급한 정치문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촌극이다.
어떤 경선도 결과에 대한 깨끗한 승복을 전제하지 않는 한 존재할 수 없다. 패자는 당연히 승자를 축하하고 경선이 지향하는 목표 달성에 함께 노력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정신이다. 그 정도는 초등학교 학생도 안다. 그럼에도 한 나라의 최고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경선 불복의 의심을 미리부터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남부끄러운 정치수준인 것이다. 당이 여러 단계의 경선 승복 장치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누구보다 창피하게 여겨야 할 이는 바로 두 사람이다.
지난날 불복으로 얼룩진 대선 후보 경선 역사가 초래한 측면도 있다. 이른바 '이인제 학습효과'다. 이인제 씨는 1997년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지자 '국민이 부른다'며 탈당해 독자 출마했다. 그는 2002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도 노무현 후보에게 밀리자 '음모론'을 제기하며 탈당해 엉뚱하게 이회창 후보를 지원했다. 지금의 선거법은 경선 패자의 독자 출마를 막고 있지만 본선에서 승자를 돕지 않는 것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
경선 불복은 선거인단을 모독하는 짓이다. 어떤 불복 핑계를 갖다 대더라도 그런 인물은 아예 정치권에서 퇴출시키는 게 맞다. 두 주자가 국민참여경선이라는 이름답게 무겁게 책임지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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