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장애를 넘어선 11인의 꿈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희망

장애를 넘어선 11인의 꿈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 희망/ 이선영 지음/ 노브 펴냄

"삶이 힘겹고 지치십니까?"

"절망의 벼랑 끝에 나홀로 내쳐져 있다고 생각되십니까?"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장애인 수는 무려 500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들 중 70%는 실업 또는 반실업 상태이며 93.7%가 사회 중하층에 속하는 경제상태에 있습니다.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습니까.

별다른 느낌이 없으시다고요. 할 수 없이 청각장애인 스포츠 댄서 고명순 씨 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생후 1살 무렵에 열병으로 청력을 잃은 고 씨는 춤을 만나기까지 27년 동안 고요로 묻힌 무심한 세상에서 살았습니다. 춤에는 반드시 음악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듣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음악에 맞춰 멋지게 춤을 출 수 있을까요. 고 씨는 음악을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낍니다.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 할지라도 노력하는 사람이 이루는 일은 참, 대단합니다.

외팔이 이종격투기 선수 최재식이 있습니다. 외팔이가 이종격투기 선수가 된 것만도 대단한 만큼 성적은 별로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기 쉽습니다만, 실상은 전혀 다릅니다. 최재식은 2003년 킥복싱 신인왕전에서 세 게임 모두 KO승을 거둔 이래 2006년까지 17전 12승 1무 4패를 기록했습니다. 무엇이 외팔이 최재식을 링 위에서 빛나게 했을까요.

그는 말합니다. "기준은 내가 만든다. 규칙도 내가 만든다. 난 언제나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졌으니까. 불가능은 내가 깨버린다."

시각 장애인 드러머도 있습니다. 한국재활복지대학 멀티미디어 음악과 재학 중인 홍득길은 'Z'라는 그룹을 결성해 리더로 활동 중이며, 대학가요제 사상 처음으로 본선에 진출한 시각장애인 드러머 입니다. 홍득길은 "우리에게 시련은 없다."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시련 속에서 자란 사람은 쉽게 시련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라는군요.

요즘 젊은이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최대 복병은 아무래도 '취업의 높은 벽'인 것 같습니다. 이들에게는 이력서만 700번을 쓴 사나이 김광욱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겠습니다. 생후 7개월에 입은 얼굴 3도 화상으로 한쪽 귀가 녹아 소리를 잘 들을 수 없고, 일그러진 얼굴에 눈조차 제대로 감을 수 없는 안면 장애인인 그는 대학 졸업 후 한 해 100번도 넘는 구직 실패를 딛고 마침내 구직에 성공했습니다. 현실의 벽이 높고도 잔인하지만 생명이 있는 곳에 희망도 함께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희망'의 위대한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어렵고 구차한 장애인들의 통속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성공한 장애인을 통해 장애인에게는 역할모델을, 비장애인에게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됐지요. 희망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줄 매력적인 안내자 11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232쪽, 9천500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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