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단에서)'소리'에 대한 교육적 배려를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가 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대부분 알고 있는 노래다. 이 노래처럼 학교는 소리로도 상징된다. 요즘의 학교도 시정을 알리는 방법으로 벨소리나 음악소리를 사용한다.

교육 방송, 듣기 평가, 인터넷 강의 등 학습 환경에도 기계적인 소리들이 많아졌다. 교사들도 교내 방송을 통해 많은 지시를 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도 자동차 소리, 상품 홍보 소리, 공사장 소리 등에 젖어 산다.

'소리'는 학생들의 지적, 정서적 발달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물과 식물도 어떤 소리를 들려주느냐에 따라 품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면 식물도 윤기나게 자란다고 한다. 논두렁에서 칭찬하는 말만 해도 작물은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양계장에서도 고전 음악을 틀어주면 우량란을 낳는다고 한다.

반면, 소음 수준의 소리를 들려주면 성장이 멈추거나, 변종이 생기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낳는다고 한다. 전통 악기인 꽹과리 소리를 들려주면 웬만한 해충은 살 수 없다는 이야기도 있다.

인간들도 물리적으로 듣기 힘든 소리를 들으면 불편함, 불쾌감이 심해진다. 이러니 '소리'가 학습 활동에 미치는 영향, 더 나아가 신체와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야 두말할 나위가 없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평소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닌다. TV, 휴대전화, MP3, 노트북 컴퓨터 등의 소리에는 이미 익숙해진 상태다. '자연음'을 듣는 시간보다 '기계음'을 듣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장시간 기계음에 노출되면 청력 및 집중력 저하, 심리적인 불안감, 불쾌감, 초조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비행장 주변에서는 심장병, 고혈압, 스트레스 등의 발병률이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전문가들은 자연의 소리,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한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웃음소리 등. 따라서, 학교에서도 가급적 학생들의 정서 순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리,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소리를 들려주어야 한다. 대신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리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더 나아가 '소리'의 교육적 활용 등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야 할 때다.

이런 때에 20평 크기, 40명 내외의 교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 하나가 떠오른다.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교사가 학생들과의 의사 소통 수단으로 작은 종을 이용하고 있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는 휴대용 앰프와 마이크를 이용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단다. 교사는 목을 아끼며 학생을 지도할 수 있어 좋다. 반면 학생들은 그만큼 '자연음'이 아닌 '기계음'을 많이 듣게 된다.

학생들과는 가급적 자연적인 '음성(音聲)'으로 더 많은 소통을 하는 게 좋겠다. 이런 노력들이 버지니아공대 참사 같은 커다란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박정곤(대구시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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