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 시조산책-이달균 作 '근조화'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근조화

이달균

꽃들이 영안실에 부동자세로 서 있다

목발에 의지한 덧없고 창백한 도열

언제나 벽을 등진 채 배경이 되고 만다

관계를 맺지 못한 死者와의 시든 동행

한번도 저를 위해 피고 지지 못했던

목 잘린 꽃들의 장례, 殉葬은 진행형이다

대궁이가 잘린 흰 꽃들이 주로 근조화로 쓰입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창백한 도열이 될 수밖에 없지요. 행간이 자못 암울해 보이지만, 워낙 치밀한 구도가 시선을 놓지 않는군요.

삶과 죽음의 어름에서 풀어낸 생명 이미지의 밀도. 영안실에 부동자세로 선 꽃들은 생명의 핏기가 가신, 벽을 등진 죽음의 배경으로 존재합니다. 부음이 전해지기도 전에 이미 '목 잘린 꽃들의 장례'. 이제 그들을 기다리는 건 '사자와의 시든 동행'뿐입니다.

생명 있는 모든 것은 다 꽃입니다. 애시당초 꽃으로 세상에 옵니다. 그러나 덧없는 떠돎 끝에 언젠가는 목이 꺾인 채 버려지는 존재, 존재의 꽃. 화려한 문명의 뒤란에서 순장은 늘 이렇게 '진행형'입니다.

오늘의 조문객이 내일은 또 조문객을 맞기도 할 테지요.

박기섭(시조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 문경시장 선거에서 신현국 무소속 후보와 김학홍 국민의힘 후보 간의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으며, ...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대구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형 뱀이 발견되어 소동이 일어난 가운데, 뱀은 화물칸에서 여행용 캐리어를 휘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의 최종 세부사항이 논의 중이며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 배너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