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규제를 사실상 대폭 풀어주는 농지법 개정안이 이달 초부터 시행되면서 시·군청 농지 관련 부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축사를 전용절차 없이 설치할 수 있고, 농수산물 가공처리시설·농업기계수리시설·유기질비료 제조시설 등은 전용허가 가능시설로 완화돼 지주들 간, 지주와 주민 간 마찰 등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농지법에서도 '우량농지 조성' 명목의 농지개량행위는 불법이더라도 솜방망이 규제에 그쳤는데 여기에 개정 농지법이 적용되면 불법 형질변경 등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도 걱정하고 있다.
◆개정 농지법 무엇이 달라졌나=개정 농지법은 축사시설(우사, 돈사, 계사 등)을 농지이용행위로 보아 농지전용절차 없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농막, 간이 퇴비장, 간이 액비저장조 등 부속시설도 가축 사육에 직접 이용되는 시설로 한정해 설치 가능하도록 시행령에 신설됐다.
이전 농지법에서는 농업진흥지역 내 축사관련 시설의 경우 농지관리위원회 심의(읍면)에서 농업 및 농촌생활에 피해가 많다는 것이 확인되면 농지 전용이 불허됐었다.
또 공장등록 대상이 아닌 소규모 농수산물 가공처리시설인 경우 기존 법에서는 농지전용허가 제한 대상이었으나 개정법에서는 감말랭이, 감식초, 된장, 고추장 가공시설 등에 한해 전용허가로 설치가 가능하게 됐다.
◆성토, 축사 등에 민원 봇물 예상=현실과 농지법 상의 괴리는 어떻게 풀어나갈까? 농민을 보호한다는 농지법이 농민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일이 지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화양읍 고평리에서 15년생 복숭아 300그루를 경작하는 박모(59) 씨는 바로 옆 농지의 성토 때문에 석 달째 속앓이만 하고 있다. 지난 4월 인근 밭 4천여 평에 성토가 진행될 당시 박 씨는 배수로를 확보해주는 조건으로 합의해준 바 있다. 그러나 성토 때문에 과수원이 낮아져 작물에 피해가 예상되지만 아무런 조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박 씨는 하소연했다.
농지법으로는 성·절토 규제가 쉽지 않은 데다 우량농지조성 명목으로는 군의 개발행위허가를 따로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민원을 제기한 박 씨는 "담당부서에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호소했다.
또한 드러내놓지는 않지만 누가 보아도 농사 목적보다는 땅값을 올릴 목적으로 농지개량행위가 진행돼도 행정규제는 먹혀들지 않는 일이 적지 않았다. 따라서 농지 규제를 대거 완화하는 새 농지법이 시행되면서 축사 등이 무분별하게 들어설 경우 악취와 경관 훼손 등 민원 제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청도군 관계자는 "농가 밀접지역과 일정한 거리에는 제재를 주는 등 자체 조례 규정을 마련해 행정력 '지도'가 뒤따르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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