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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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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리스 힐튼은 국제적인 유명인사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녀가 유명한지 이유를 모르겠다. 세계적인 호텔 부호 힐튼가의 상속녀라는 점 말고는 유명해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배우이자 가수라지만 연기도, 노래 실력도 별로다. 파티 걸이라는 별명도 있지만 철딱서니 없는 짓은 도맡아 한다. 최근에도 음주 운전 면허정지 상태에서의 난폭 운전으로 감옥에 갇혔다 나왔다.

'이유없이 유명한(famous for nothing)' 또는 '유명한 것으로 유명한(famous for being famous)' 대표적인 사람이라는 누군가의 지적이 딱 맞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긍정적 의미에서 유명한(famous) 사람이 아니라 부정적 의미로 유명한(notorious) 사람인 셈이다.

한 여성 앵커가 패리스 힐튼 덕분에 갑자기 유명해졌다. 미국 케이블 뉴스 채널 MSNBC의 공동 진행자 미카 브레진스키. 최근 아침 생방송 중 힐튼의 출옥 소식을 첫 뉴스로 보도하라는 지시에 반발, 원고를 찢고 종이분쇄기에 넣어버린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전 문제 등 보다 중요한 뉴스거리들이 있는 판에 힐튼 얘기가 첫 소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사과 멘트와 함께.

指鹿爲馬(지록위마)라는 고사도 있지만 파워 있는 자가 사슴을 말이라 하는데 감히 '아뇨, 그건 사슴이요' 라고 말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목 날아갈 각오 없이는 하기 힘들다. 이날 미카의 행위는 사실 엄청난 방송 실수였다. CNN의 간판 토크쇼인 '래리 킹 라이브 쇼'가 출소 이튿날 바로 출연시켰을 만큼 미국 매스컴이 침을 흘리는 大魚(대어)를 무명의 미카는 한낱 쓰레기로 구겨버렸다. 그러나 바로 이 때문에 수많은 시청자들과 지구촌 네티즌들이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大選(대선) 행진에 뛰어든 후보들이 무려 60여 명이 넘는다 한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아무리 봐도 득표율 0%에 가까울 것 같은 인사들이 적지 않건만…. 기억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 측두엽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여하간 권력의 향방을 따라 앞으로 얼마나 숱한 離合集散(이합집산)과 附和雷同(부화뇌동)이 있을지….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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