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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보이지 않는 좋은 것들을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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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마지막 남은 노래를 부르고, 뜨겁기만 하던 태양도 남반구의 시드니로 넌지시 고개를 돌렸습니다. 이제 가을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여름에 더 열광하고 여름을 더 기다리기도 합니다. 아마도 여름이 열정의 계절이고 특히 휴가 시즌이라서 그런 것이겠지요.

이번 여름 휴가는 어떻게들 보내셨습니까? 어떤 이는 '휴가는 비우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살다 보면 집안에 쓰지도 않는 물건들이 많이 있어서 처리하기도 힘든 때가 있습니다. 그것들도 살 때는 다 귀하게 생각해서 들여온 것인데도 시간이 지나면 애물단지가 되는 것이지요. 우리 마음에도 이것 저것 잔뜩 쌓아 놓으면 그것들 때문에 정말 좋은 것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전에 쓰던 무대를 비워야하고 더 좋은 것을 담기 위해서는 그릇을 비우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겠지요. 짐을 잔뜩 실은 수레보다 빈 수레가 가벼워서 보는 사람이 힘들지 않습니다. 무엇이든지 싣거나 사람을 태울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는 모두 속이 비어있습니다. 사람도 속이 너무 차있으면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경기에 나갈 땐 마음을 비워야합니다. 득도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들어 몽골을 여행하는 분들이 아주 많아졌다고 합니다. 몽골의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았더니 많은 분들이 몽골은 아무것도 없어서 좋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 우리가 너무 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피곤하게 살고 있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보다 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이 많습니다.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것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보다 더 기쁨을 주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좋은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사랑입니다.

그것은 자주 잊고 살던 부모님의 안부를 새삼 여쭈어 보는 일이나, 아내나 남편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격려해주는 일이나, 아이들을 좀더 꼭 깊게 안아주는 일이나, 친구들이나 자신의 경쟁자에게도 부드러운 말과 미소와 칭찬을 보내는 일, 그리고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프랑스 혁명을 일으킨 우두머리 중에 한 사람인 제라르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제도를 개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한 혁명은 서로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마지막에 고백을 했습니다. 이번 가을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는 좋은 것들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박명기(대구문화예술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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