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난리다. 냉기가 가득하다지만 아랫목은 있는 법. 대구에서 가장 경기가 좋은 '상권 골목'은 어디일까?
소기업·소상공인들에 대한 금융지원 전문기관인 대구신용보증재단의 보증(담보가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에게 신용보증재단이 금융기관에 대신 보증을 서 준 뒤, 대출을 알선하는 것) 실적을 통해 대구 각 상권의 바닥 경기를 읽어봤다. 그랬더니 '명품구'라 불리는 대구 수성구의 학원 골목 경기가 가장 좋았다.
하지만 한 때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 예견됐던 지하철2호선 일부 지하상가와 중소형 재래시장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골목? 지금 너무 좋아!
대구신용보증재단은 대구시내 각 골목상권별로 특화보증을 해주고 있다. 특정 상가 골목을 지정해 보증심사기준을 완화해주고, 금융기관과 협의해 대출금리도 깎아주는 것.
현재 서문시장·북성로 공구골목·교동 주얼리 골목 등 17곳의 '골목'에 대해 특화보증을 해주고 있는데 최근 가장 뜨고 있는 골목은 단연 수성구 범어네거리를 중심으로 하는 학원 골목.
학원 골목은 지난 5월말부터 특화 보증 대상이 됐는데 불과 두달만에 21건(5억5천700만 원)의 보증 공급이 이뤄졌다. 단시일내에 보증 수요가 폭발할만큼 이 곳 경기가 좋은 것.
지난 5월초 프랜차이즈 어학 학원 가맹점을 낸 B씨는 수강생 수가 급증, 또다른 학원을 내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학원 가맹점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돈이 부족했다. 금융기관에 내밀만한 담보도 없었으니 대출이 어려웠다. "학원을 내기만하면 수강생이 몰리는데…" 그는 발만 동동 굴렀다.
그러다 B씨는 학원사업자들에 대한 특화보증을 하고 있다는 신용보증재단을 알게 됐고, 보증서를 발급받으면 담보 없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들었다. 곧장 대구신용보증재단을 찾아갔고 지난 6월 보증서를 받은 뒤 대구은행에서 2천만 원을 대출, 학원을 열자마자 이내 수강생 수가 급증했다.
뜨는 골목으로 또 돋보이는 곳이 대구 달서구 모다아울렛 및 인근 골목. 이 골목에는 지난해 봄부터 특화보증이 이뤄졌는데 1년만에 67건(지난 7월말 현재 19억4천700만 원)의 보증서가 공급됐다.
이 골목에서 옷가게를 하는 K씨는 최근 신상품 살 돈 2천500만 원이 부족했고 담보도 없어 돈 빌릴 길이 막막했다. 그러다 특화보증을 알게됐고 돈을 빌렸다. 돈은 돈을 금방 낳았다. 그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나 뛰었다.
대구신용보증재단에 따르면 수성구 학원가와 모다아울렛 외에도 서문시장, 북성로부품골목, 교동 일대 주얼리 상가에도 특화보증이 꾸준하게 들어오는 등 대구의 '전통 상권'이 대체로 명성을 지켜가고 있었다.
◆어디가 안 좋나?
대구 두류1번가 지하쇼핑몰 상가. 대구신용보증재단은 지난 2005년 4월, 이 골목에도 특화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7월말을 기준으로 이 골목에는 단 한 명도 '돈을 빌려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이 골목의 영업실적이 좋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 달서구 용산큰시장·용산현대시장, 대구 북구 팔달시장도 2005년 5월부터 특화보증 대상이 됐으나 용산큰시장·용산현대시장은 1건, 팔달시장은 2건 밖에 보증실적이 없다.
서문시장과 더불어 대구 최대의 재래시장이라 불리는 칠성시장은 이보다 1년이나 앞선 2004년 7월 특화보증이 이뤄지게됐지만 지난 7월말 현재 19건의 보증실적만 있다.
박국경 대구신용보증재단 보증팀장은 "재래시장의 상황이 가장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수성구의 학원 골목, 달서구의 모다아울렛처럼 특화된 상권에서는 자금 수요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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