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사나 추소비티나는 무려 33세나 됐지만 아직도 체조선수이다. 지금 독일에서 열리는 40회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뛰고 있다. 경쟁자들의 평균 나이는 겨우 17.5세. 그가 국가대표로 뽑힌 뒤에야 세상에 태어난 '아가'들이다. 그 나이에 왜 이러는 것일까? 메달이 욕심 나서? 노. 이미 세계대회에 10번, 올림픽에 4번이나 참가해 금메달도 여러 개 땄다. 그럼? 오직 백혈병 아들을 위해서다. 엄청난 치료비에 쓸 포상금 수입이 필요해 엄마는 지금도 이단 평행봉 위를 날고 도마 위에서 재주를 넘는 것이다.
베트남인 홀어머니 하이응웬은 월남 패망 후유증을 이기려고 당시 16세이던 맏아들을 20년 전 미국으로 밀항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중병에 걸렸고 치료마저 포기했다. 하지만 잘 지낸다는 편지가 4년 전에 끊겨버리자 빌린 돈 600달러를 들고 아들을 찾아 나섰다. 3만 리를 날아 작년 9월 도착한 LA에서도 그 행방은 오리무중. 말조차 안 통하는 낯선 땅을 전단 하나만 흔들며 무려 석 달 이상 훑었다. 그리고는 기어이 수백 리 떨어진 엉뚱한 도시까지 뒤지고서야, 폐인이 돼 어머니조차 못 알아보는 아들을 구해냈다.
그 위대한 母情(모정)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던 작년 말 바로 그날, 국내에서는 한 어머니가 정신지체 장애 자녀를 구하고 자신은 불길 속으로 사라져 갔다. 자녀의 특수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이사하고 외판'배달 일로 뒷바라지하던 어머니, 일하던 중에도 점심시간만 되면 상태가 심한 딸의 끼니를 챙겨주려 집으로 달려가곤 하던 어머니였다.
지난주말, 이번에는 한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구하고 대신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두 살 난 손자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섯 살 먹은 손녀를 걸려 초등학교 운동장을 거닐다 말벌떼 공격을 받았던 것이다. 다급히 웃옷을 벗어 아이들을 감쌌으나 그 탓에 드러난 할머니의 맨살엔 성한 데 없이 살인 벌침이 꽂혔다.
여름이 마냥 뜨겁기만 할 것 같더니 벌써 벌초 철이다. 추적대는 비로 다소 주춤하긴 했으나 그래도 진작부터 여기저기 刈取機(예취기) 소리가 높아간다. 이번 주말에는 더 할 것이고 다음 주말쯤엔 벌초 행렬 탓에 대도시 근교 길까지 막히리라. 평소라면 분명 소음이라 할 그 예취기 소리마저 마치 '모정의 세월'이란 노래의 곡조같이 들리는 게 이 계절이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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