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기술유출 파문…충격 휩싸인 철강업계

지난 10년간 혼신을 다해 개발·완성한 핵심기술을 퇴사한 직원들이 외국의 경쟁사로 빼돌렸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나온 12일,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의 전체 철강업계가 충격과 허탈에 휩싸였다.

특히 포항 포스코 본사와 포항제철소 및 기술연구소는 하루 종일 초상집 같은 분위기였다. 포스코는 평소 "보안에서는 우리를 따라올 기업이 없다."며 자신해온데다 외부인도 아닌 전직 직원이, 그것도 가장 경계하는 중국의 경쟁기업에 불과 10여억 원을 받고 수조 원짜리 기술을 넘겼다는 점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회사 측 분위기

한 간부는 "창립 40년 만에 처음 겪는 수치스런 사태"라며 "퇴사했다지만 20년 동안 한솥밥을 먹은 포스코맨들이 저지른 사실상의 내부범죄라는 점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기술유출 경로와 회사 측이 입은 피해규모 등에 대해 조사 중이며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파이넥스나 스트립캐스팅 같은 신기술은 아니다."고 애써 피해 정도를 축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또 "아직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았고 유죄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시점에서 기술 유입지로 지목되는 중국의 업체명이 거론되는 것은 분쟁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중국의 해당 업체명을 거론하며 "장기적으로 가장 큰 경쟁사로 지목되는 업체로 넘어갔다는 것은 충격"이라는 말이 지배적이었다.

◆직원들 반응

포항본사와 기술연구소 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 포스코는 '사무보안이 회사경쟁력의 척도'라며 부서장 등의 결재를 받지 않고는 사내에서 외부로 이메일조차 발송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12일 구속된 이들이 퇴직을 앞두고 메모리카드를 이용해 자신들의 업무 내용을 통째로 복사해 나갔는데도 아무도 몰랐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보안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할 줄 몰랐다며 회사와 임직원 모두가 크게 반성해야 한다는 직원들도 많았다.

기술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데 익숙하다 보니 직원 상호 간 관심이 부족했던 것도 보안 허술을 초래한 이유 중의 하나"라고 했다.

◆여파 일파만파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다른 철강기업들과 포스텍,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대학연구소와 전문 연구기관들도 보안체계를 재점검하면서 포스코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분위기이다.

시민들도 검찰 수사 결과가 본지를 통해 발표된 12일 저녁 음식점이나 술집 등에서 "포스코 기술이 유출돼 포스코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등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려가 작지 않음을 보여줬다.

많은 주주와 투자가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는데 기술 유출로 인한 손실 규모가 향후 5년간 2조 8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검찰 발표에 따라 '주말을 지난 다음주 주식시장이 재개되면 어떤 파장이 미칠까.'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포스코 주가는 전날보다 2만 1천 원 내렸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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