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경옥입니다] 생명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3천300년 전 이집트의 소년 파라오(황제) 투탕카멘의 미라가 최근 일반에 공개돼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10세에 즉위해 19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투탕카멘은 1922년 발굴 당시 황금마스크를 쓴 미라로서도 유명하지만 발굴 참가자들의 잇따른 죽음으로 인해 '파라오의 저주'라는 괴담의 주인공이 돼왔다.

특수 유리관에 옮겨진 파라오는 황금 마스크를 벗은 '쌩얼'의 모습이다. 생전엔 태양신으로 추앙받았겠지만 한 겹 살거죽만이 해골을 덮고 있는 모습은 뭇 死者(사자)들과 전혀 다를 바 없다. 살았을 때도 사후에도 온갖 보석들로 둘러싸여 있었겠지만 지금 그 몸엔 부귀도, 한 점 생명도 찾을 길 없다.

중국 신강성(新疆省) 박물관의 미라 전시실에 가본 적 있다. 유난히 건조한 기후 때문에 미라 상태로 모래 속에서 발견된 것들이다. 수십 구가 약 1천~3천 년 전의 사망 당시 모습으로 누워있었다. 어떤 미라엔 '3천 년 전의 미녀'라는 설명 문구도 붙어 있었다. 하지만 유리 상자 속 긴 머리의 그녀에게 더 이상 아름다움은 남아있지 않았다. 하긴 요즘 '쇄골 미인'이니 '골반 미인'이니 요상한 미인을 흠모하는 부류들도 있긴 하더라만….

국내 연구진이 3천3백 년 전의 완두콩에서 싹을 틔워냈다. 바로 투탕카멘 묘에서 출토된 완두콩에서다. 오늘날의 흰색 꽃, 연둣빛 꼬투리와는 달리 분홍색 꽃, 짙은 보라색 꼬투리다. 그 작은 콩알 속에 깃든 생명력이 무려 천 년이 세 번 가고도 남는 세월을 살아있었다니…. 2004년엔 미국 과학자들이 중국 한 마을의 연못터에서 채취한 500년쯤 된 연꽃 씨앗에서 꽃을 피워낸 일도 있다.

時空(시공)을 초월한 생명력이 놀랍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은 고작 70, 80년, 길어야 100여 년이다. 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도 못한다. 그런데 한낱 미물인 씨앗 속의 경탄스러운 생명력! 우리 작은 머리로는 풀 길 없는 신비다.

이회창 씨의 세 번째 대선 출마 여부를 놓고 나라 안이 온통 죽솥 끓듯 한다. 주변 사람들도 내년의 자기 자리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완두콩보다도 약한 우리 인간들이다. 그럼에도 부귀영화에 대한 못 말릴 착각 탓에 螳螂搏蟬(당랑박선:눈 앞의 이익을 탐하느라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깨닫지 못함)의 어리석음이 도처에 넘쳐나는 것 아닐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6·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여야의 권력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국정 동력과 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방한이 임박하며 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일 한국에 도착한 황 CEO는 5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배우 지창욱이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에서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했으며, 소속사 스프링컴퍼니는 고의적 탈세가 없음을 주장하며 성실한 납세 의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실린 기고문에서 이재명 정부가 '강경 좌파'로 규정되며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