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極(남극)의 6속 17종 펭귄들 중 가장 덩치가 큰 황제펭귄은 짝짓기철이 오면 무리를 지어 어딘가로 떠난다. 커다란 펭귄들이 뒤뚱거리며 몇 날 며칠을 걷고 또 걸어 도착한 곳은 평지 '오모크'. 대대로 이어져온 짝짓기 장소다.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 같은 장소에 거대한 무리가 모여드는 것이 신기하기 이를 데 없다. 거기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혹독한 추위 속 펭귄 부모들의 지극정성은 놀랍기만 하다. 알을 낳은 후 먹이를 구하느라 바다로 간 어미 대신 세찬 눈보라를 온몸으로 맞으며 서너 달을 굶는 채 알을 품는 아비 펭귄들의 모습에서는 숭고함마저 느껴진다. 프랑스의 뤽 자케 감독 다큐멘터리 영화 '펭귄:위대한 모험'(영문 원제:March of the penguins)은 펭귄 부모의 지극한 자식사랑을 통해 우리네 부모자식 간 관계를 성찰하게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또한 이 얼음대륙이 얼마나 무시무시하게 荒漠(황막)한가를, 그런 한편 얼마나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곳이기도 한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潘基文(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최근 유엔 수장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남극을 방문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한 방문이다. 남극 대륙의 관문인 킹 조지 섬 등을 살펴본 결과는 '역시나'였다. 빙하벽에서 떨어져 나온 流氷(유빙)들이 가득떠다니고, 빙하가 사라진 곳엔 이끼류 등 식물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으며, 빙하 아래에 묻혀있던 식물 화석들도 나타나고 있다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각국의 영토 선점 전쟁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남극협정에 따라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음에도 불구, '땅 긋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남극에 가장 가까운 칠레가 가장 노골적이다. 육해공 3군 기지를 모두 설치해 놓았나 하면 일부 지역은 '칠레 남극 영토'로 명기해 놓았다. 또 신혼부부들을 파견, 이미 3명의 아이가 태어나 자라고 있다. 영국은 순회판사를 파견하고, 러시아는 러시아 정교회를 설치, 성직자까지 파견해 두고 있다. 빙하가 녹은 뒤 유사시의 지분 선점을 노린 경쟁이다.
지금 같은 기후 온난화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한 현실화될 수도 있는 문제다. 희다 못해 푸른 빙하와 거친 눈보라가 몰아치는 얼음대륙, 오모크를 향한 황제 펭귄들의 신비스러운 행진이 '남극의 추억'으로 남는 일은 없어야 할 터인데….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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