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2008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렀다. 우리나라의 학생이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관문인 수능 시험은 초등학교 이후 중·고등학교 6년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결과를 평가받는 절차다. 이제는 그 결과에 맞춰 대학 입시의 경쟁에 다시 뛰어들어야 한다.
지금은 그러니까 수능 시험과 결과 발표 사이에 존재하는 아주 짧고 작은 '숨 돌리기'라고나 할까. 물론 서울의 몇몇 명문대학교를 들어가려면 지금부터 논술준비를 해야겠지만, 어쨌든 기나긴 입시 전쟁 속에 지쳐 있는 우리 청소년 학생들이 겨울이 오기 전에 이 시간을 무얼 하면서 보내면 조금이라도 휴식이 될 수 있을까.
매년 이맘 때면 여러 시립예술단체나 민간 예술단체에서 수능 시험을 치른 청소년을 위한 일종의 '위문' 예술 공연들을 앞다투어 열어주곤 한다. 가끔 그런 공연을 함께 지켜보다 보면 과연 이 공연이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공연일까 싶은 맘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차라리 이들에게 직접 보고 싶고 가고 싶은, 즉 함께 즐기고 싶은 공연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쌓여있던 모든 입시 스트레스와 신경전, 운동부족 등을 한 번이라도 툭 털어버릴 수 있을 만한 그런 공연을 스스로 선택하라고 할 수는 없을까.
학생의 성향에 따라 조용한 미술관이나 박물관, 아니면 영화관을 찾아가 즐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몸과 마음을 모두 한방에 털어버릴 운동경기나 뮤지컬, 혹은 대중가수의 콘서트 같은 곳을 찾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고, 아님 고상하고 교양적인 클래식 공연장을 찾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청소년들 스스로 그들이 즐기고 싶은 문화 또는 예술의 장소를 찾아가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
예전에는 중·고등학교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특별활동을 권장하던 시절이 있었다. 입시를 눈앞에 둔 고3을 제외하고는 그저 일 년 안 자신이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 짧지만 시간을 투자해 문예반에서는 글을 쓰고, 탁구나 테니스 같은 구기 운동반에서는 공이라도 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풀곤 했던 것 같다.
이 밖에도 서예반·수예반·합창반 등등 별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으면서 공부 이외의 분야에도 관심을 가졌었는데, 이제는 그런 시간조차 내기 어려운 입시 전쟁 속에 우리 청소년들이 갇혀 버린 걸까. 그래서 그들에게는 문화나 예술은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간 낭비 같은 사치가 되어버린 건 아닌가. 우리 청소년들의 그런 닫힌 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병배(첼리스트·대구음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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