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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사람] 계명문화대 패션디자인 김효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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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수의 란제리 유혹

▲ 겉옷 위에 걸쳐입는 파격적인 속옷을 제안하고 있는 김효은 교수. 의상협찬-미스지콜렉션, D&G, J.Roseroco.
▲ 겉옷 위에 걸쳐입는 파격적인 속옷을 제안하고 있는 김효은 교수. 의상협찬-미스지콜렉션, D&G, J.Roseroco.

"란제리, 감추지 말고 당당히 드러내자."

50대 중반의 한 여교수가 발칙한 제안을 하고 나섰다. 24일까지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이너웨어 전시를 여는 김효은(54) 계명문화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그가 만든 이너웨어는 속옷에 대한 기존 상식을 깬다.

직접 염색한 뜨개실로 브래지어를 뜬 후 화려한 비즈장식을 하는가 하면 자수나 니트로 팬티와 브래지어를 제작했다. 조개껍질·단추·점토 등 다양한 재료를 덧붙여서 입체감을 강조했다. 손으로 직접 염색한 실크 슬립, 예술의 개념을 도입한 입체적 느낌의 슬립은 옷 속에 입기 아까울 정도.

하지만 이것은 '옷 안'에 입는 속옷이 아니다. '옷 밖'에 입는, 패셔너블한 속옷이다. 브래지어 끈을 드러내는 정도의 속옷 노출은 이미 트렌드가 된지 오래지만 이것은 파격이다. "진정한 여성다운 선은 란제리에서 나옵니다. 란제리를 감추지 않고 드러낼 때 로맨틱한 멋이 나오거든요."

실제로 그의 이너웨어는 흰 셔츠·청바지 등과 잘 어울리는 패션 코드를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김 교수는 "옷 위에 속옷을 드러내서 입자."고 제안하고 있다. 사실 이너웨어 분야는 패션계에서도 극도로 베일에 가려있는 전문 분야. 이 때문에 대기업이 아니고서는 뛰어든 사례가 거의 없다.

김 교수는 1980년대 말부터 이너웨어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1991년 '인간공학적인 바디수트'에 관한 논문을 썼으니, 김 교수의 관심은 한참을 앞서갔다. 덕분에 자체 기술력으로 이너웨어 제작이 가능했다. 하지만 봉제 등 전문 분야에서 기술자 구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다.

"동대문 시장을 배낭 하나 메고 몇 날 며칠 돌아다녔어요. 속옷을 하기란 그만큼 쉽지 않죠." 김 교수 작품의 특징은 속옷을 평면 패턴이 아닌 입체 패턴으로 재단한 것. 교수로서 이너웨어 전시를 갖는 것은 물론 입체 패턴으로 속옷을 만든 것도 국내 최초라고 한다.

이 때문에 눈으로 봤을 때보다 실제로 입었을 때 라인이 아름답다는 것이 김 교수의 자랑이다. 속옷에 예술의 개념을 도입해 융합된 기술로 패션을 표현한 것 역시 이번 전시의 특징 중 하나. 염색 기술, 니트, 패턴, 비딩 기법, 파운데이션 등 패션의 여러 분야가 집결돼 있다.

김 교수는 전시뿐 아니라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었다고 자부한다. 곧바로 입을 수 있도록 상품화한 덕에 현장에서 판매도 할 예정이다. "요즘 슬립 입는 여성들이 없어요. 여성의 진정한 선을 보여주는 속옷이 바로 슬립인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가장 중요한 의복인 속옷을 경시하는 편이에요. 슬립을 부활시키는 것, 그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입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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