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는 여러 유형의 자산과 부채가 있다. 근로자단체인 노동조합도 기업의 주요한 자산이다. 회사 내에서 개별 근로자와의 관계 외에 노동조합과 기업 간 노사관계 측면에서도 그 회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노조의 주체는 근로자이지만 해당 기업은 물론 사회에서 나타나는 노조의 역할과 파급효과는 노조간부에 달려있다. 근로자들의 리더인 노조 간부라는 인적자원이 어떤가에 따라 회사가 망하기도 하고 쓰러져 가는 회사를 살리기도 한다. 즉, 어느 기업의 노조가 합리적이고 상생의 협력적 노사관계를 이루고 있는지, 아니면 강성노동운동가로 구성되어 잦은 파업 등 회사와 대립·갈등적 관계를 갖고 있는지가 회사의 명운을 결정짓고 있다.
노사관계라 함은 트라이파티즘(Tripartism)에 의거 노사정 3자의 주체가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역학관계를 지닌 메커니즘이 존재하며, 메커니즘은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과 지렛대(Levering)가 내재한다. 당사자의 의식과 행동이 합리적이어야만 국가경영이 효율적이어서 국민이 행복해진다. 이렇게 해야만 마치 트라이앵글처럼 생긴 노사정 3자가 맑고 밝은 소리를 낼 수 있다.
노사관계라 함은 흔히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무관한 것처럼 이해하는데 그렇지 않다. 근로자의 단체로 '노사협의회'를 구성토록 하고, 회사의 경영상황 등을 설명하는 등 노사협력을 위한 경영자의 의무 등을 법에 정하고 있다. 또한 노조가 없더라도 대기업이나 동종업계의 노사관계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한국의 노사관계는 과거 투쟁적 노사관계가 아닌 협력적 상생의 노사관계로 전환되고 있다고 본다. 지난해 전국의 노사분규가 115건이며, 대구·경북의 분규는 단 9건에 불과한 통계를 봐도 알 수 있다.
대구광역시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노사분규가 사실상 한건도 없는 무분규를 실현하여 대구 노사정이 '노사화합의 탑'을 건립하고 노사안정을 염원하고 노사주체의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이 공감하는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에 자꾸 휩싸이는 것은 왜일까?
이러한 안정된 노사관계에 경영자와 정부가 안주한다면 다시 흔들릴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 왜냐하면 2년 뒤인 2010년에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회사가 줄 수 없는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환경은 기회도 주고, 위험도 준다. 현재의 노사관계 환경에 타령만 하고 있을 것인가?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빈번하다고 자동차를 타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는지를 강구해야 하는 것과 같다.
20여년간 정부입장에서 노사관계업무를 보면서 산업현장의 경영자와 근로자 및 노동조합 간부를 접할 기회가 많았던 필자로서 결론을 낸 것이 '노사는 부부다'라는 것이다.
노사관계의 기본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대화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상호 충분한 대화가 충족된다면 싸울 일이 없다. 이는 가정을 이루는 부부와 같은 이치다. 부부간에 믿음으로 이해하면 어떠한 어려운 일도 해결해 나가고 백년해로를 하지만, 불신과 미움으로 점철된다면 헤어지는 수밖에 없다. 이혼할 때 서로가 망할 정도로 싸우며, 이혼 후에는 재산이 부족한 측이 어렵게 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어떤 분은 노사관계를 은행나무에 비유했다. 은행나무는 마주봐야 열매가 열린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처님 당시에 왕들이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부처님은 "數數論議(삭삭논의)-자주 만나 대화하라"고 답했다.
2006년 12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취임 선서에서 "유엔의 변화를 위해 끊임없는 대화, 유연성,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누구든지 만나고, 누구의 말에도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다"고 발언한 것도 노사관계를 주업무로 하고 있는 필자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영자나 노조간부 공히 경영환경을 감지, 대처할 능력을 갖추고, 기회와 가능성을 남보다 먼저 찾아내어야만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실속없이 말만 무성하고 실천이 없는 NATO(No Action Talk Only)는 우리 가까이서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이완영(대구지방노동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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