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우짜꼬. 니가 원수가? 살아 있었네. 그래 내가 니 누나다. 얼굴 한번 만져 보자. 원수야!"
31일 오전 포항시청 경제국장실. 부산에서 노구를 이끌고 온 이분자(82·부산 부전동)씨는 65년 만에 만난 동생 원수(72·일본 조에쓰시 거주)씨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싼 채 연방 눈물을 훔쳤다. 여덟살때 일본으로 건너가 우리말을 잊어버린 원수씨지만 혈육의 정은 그대로 남아 있어 "누나야!"라며 백발의 분자씨를 끌어안고 통곡을 했다.
이들 남매는 4촌간으로 1943년 원수씨가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가면서 헤어졌다. 비록 4촌간이지만 실제는 친남매간이나 다름없었다. 큰집이었던 누나 분자씨네가 딸만 6명이었던 탓에 작은 집의 원수씨가 양자로 들어가 한집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당시 살던 집은 월성군 건천리(현 경주시 건천읍). 어느날 일본에 살던 원수씨의 아버지가 갑자기 귀국해 아들(원수씨)을 일본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이들은 헤어졌고 지금까지 서로 소식조차 모른 채 살았다.
65년 만에 남매를 다시 만나게 해 준 것은 현재 포항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불빛축제. 포항과 자매도시인 조에쓰 시청에 파견나가 있는 포항시청 공무원 김석견(41)씨가 우연히 이들의 사연을 듣고 37년 전 분자씨의 동생이 일본의 원수씨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을 들고 수소문에 나선 결과이다.
자매도시 사절단원으로 포항을 방문한 원수씨와 부산에 살고 있는 분자씨의 상봉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마지막으로 살았던 '건천'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원수씨는 누나와 동생 해자(59)씨를 만나 당시 상황을 얘기하며 남매간임을 확인한 뒤 "건천에서 함께 살 때를 잊은 적이 없다. 반갑다 누나야!"라며 감격의 포옹을 거듭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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