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밤새 송편빚는게 괴롭던 그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30여 년 전, 어머니는 시장에서 떡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었다. 평상시에는 송편, 쑥떡, 인절미 등과 부추전, 파전 등의 간단한 요깃거리로 시장에 장 보러 온 아줌마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셨다. 어머니가 만드는 떡은 시장에서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갓 지은 고두밥을 커다란 돌 호박에 넣고 해머 같은 나무 절구로 찧어 만들어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문제는 추석이었다. 평상시에는 하루 팔 분량 만큼만 만들면 되었지만 추석이 되면 송편만 한 가마니 가량 만들어야했다. 지금이야 기계로 똑같은 모양에 똑같은 크기의 송편을 찍어내듯 만들지만 그때 당시에는 사람의 손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것이 송편이었다. 추석 전날은 우리 식구는 물론 큰집 언니 오빠까지 밤이 맞도록 송편을 만들어야했다.

모양도 가지가지고 크기도 가지가지였지만 찜통에 솔잎을 깔고 쪄내 참기름을 살짝 발라 놓은 그 송편의 맛과 지금의 기계 송편의 맛은 비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어머니는 추석날 아침이면 주문 받은 송편을 다 주인들에게 안기고 큰집에 늦지 않게 도착했었다. 그때는 밤이 새도록 송편을 만드는 것도 싫었고 어머니가 고생하는 것도 보기 싫었지만 지금은 그 시절 언니 오빠와 즐겁게 만들던 송편의 맛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명절이 돼도 만날 수 없는 사촌언니 오빠들 가정에 보름달 같은 풍성함이 넘치길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정옥연(대구 동구 신천1동)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