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통합메일 도입…한꺼번에 몰려 장시간 '먹통'

"정말 답답하네요."

공공기관의 정보유출 등을 막기 위해 도입한 '공직자 통합 이메일'이 시행 첫날인 1일 대구를 비롯한 전국 관공서 곳곳에서 장시간 먹통이 됐다.

공직자 통합 이메일은 네이버, 다음, 야후 등 일반 포털사이트의 이메일 사용으로 인한 정보유출·해킹사고 등을 막기 위해 관공서내에서는 통합 이메일(개인 아이디@korea.kr)이나 각 기관 메일만 쓰도록 한 것이다.

한 구청 공무원은 "오전 8시에 출근해서부터 오후 1시까지 통합 이메일이 폭주해 로그인조차 하지 못했다"며 "급한 자료를 하나도 보내지 못했다"고 짜증을 냈다. 그는 혹시나 싶어 자신의 다음(Daum) 메일을 열었지만, 제목만 뜰 뿐 열지 못하도록 차단돼 발만 동동 구르다 할 수 없이 구청앞 PC방에 갔다왔다고 했다.

정부가 지난 한 달간 공직자 통합 이메일 회원가입을 알렸음에도 늑장을 부린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고를 자초했다는 얘기도 많다. 구청 한 전산담당 공무원은 "전자서명을 받지 않은 직원들이 많이 몰리면서 부하가 걸린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대구의 구·군청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빚어졌다. 일부 공무원들은 일일이 전화를 걸거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일명 '빨간전화기(XPOPUP)'라고 불리는 쪽지보내기 시스템을 몰래 이용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한 공무원은 "토목·건설·건축 등 현업부서는 이메일 작업이 많아 집에서 부랴부랴 노트북을 챙겨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청 한 공무원은 "공적이든 사적이든 이메일 내용이 검열받고 통제받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도대체 이런 혼란까지 겪어가며 통합 이메일을 고집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부랴부랴 업무 혼란을 막고 직원들에게 새 이메일 계정을 만들 수 있도록 오는 13일까지는 공용 및 상용 이메일을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업무 차질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