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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 '월급 올라' 되레 바늘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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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올라서 영 불안합니다."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박모(61)씨. 한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아파트 경비로 2년째 일하고 있지만 요즘 좌불안석이다. 불황인데도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6% 인상된 탓이다. 지난해 옆 아파트에서 무인경비시스템이 새로 설치되면서 경비원 절반이 일자리를 잃은 것도 남의 일 같지 않다.

아파트 경비원 등 감시적(監視的) 근로자들이 올해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오히려 바늘방석에 앉아있다. 감시적 근로자는 아파트 경비원, 수위, 물품 감시원들을 일컫는데 노동 강도가 약하다는 이유로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못하다가 2007년부터 최저임금의 70%, 지난해 80% 등으로 임금 보장이 됐다. 그러나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CCTV 등 무인시스템을 설치하거나 경비원 수를 줄이는 추세다.

올해 감시적 근로자들의 최저임금은 시급 3천2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84원 인상됐다. 경비원 한명이 12시간 일할 경우 입주민들이 지난해에 비해 월 4만원의 인건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

6개동, 600여 가구가 사는 대구 수성구의 한 아파트는 감시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제가 시행되기 직전인 2006년 말 43명의 경비원들을 고용했다. 하지만 현재는 휴게시간을 늘리고 야간 근무를 없애는 식으로 23명의 경비원들만 남았다. 이 아파트 관계자는 "입주민들의 부담 때문에 무인시스템 설치 얘기가 슬슬 나오고 있다"며 "최소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나가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대구아파트사랑 시민연대'에 따르면 감시적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제가 적용된 2007년부터 지금까지 대구지역 아파트의 무인시스템 공사 발주 건수는 100여건에 이른다. 설치 비용이 1억5천만원에서 3억원 이상 들지만 경비원 인건비보다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경제 논리' 때문이다.

아파트사랑 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2006년 말 대구의 아파트 경비원 수는 8천300명선이었지만 지금은 5천명안팎"이라며 "올해말까지는 3천명선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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