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는 19·20세기가 공존" 홍덕률 교수 인터뷰

인천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나와 대구에서 생활한 지 만 21년이 된 대구대 사회학과 홍덕률(52) 교수. 강산이 두 번 변할 세월을 대구에서 살았으니 대구사람이 다 된 셈이다. 나름대로 성공(?)한 홍 교수에게 '행여 대구에서 태어나 지역 고교를 졸업하기를 바란 적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대답은 이랬다. "그런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물론 차별과 차이를 느낀 적은 있다. 하지만 지역을 이끄는 핵심그룹의 정서가 과연 21세기 시대정신과 부합하느냐를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는 게 내 답이다. 아직 대구는 19세기 농경사회, 20세기 산업사회의 정서가 지배하는 곳이다. 상실감과 추억에 사로잡혀 있다. 그런 사회에서 주류에 편입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상실감과 추억에 사로잡힌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정서에 뿌리를 둔 정치인과 각계 엘리트층이 문제다. 정치인들이 생명을 유지하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남탓, 지역탓을 하며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이런 정서를 자극해왔다. 여기에 영합한 학계와 언론계 지도층이 대구를 스스로 돌아보는 자기성찰을 죄악시해왔다. 우리는 문제가 없는데 정권탓, 외부탓이라고 말한다. 시민들도 그렇게 믿어왔다."

-시민들의 정서도 그렇다고 보는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사회를 바꾸는 의사결정 구조가 부족하다. 선거철만 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선거는 지역사회가 자기성찰을 하는 싹을 자르는 역할을 해 왔다. 젊은이들은 그나마 낫지만 40, 50대는 너무 바뀌기가 어렵다."

-대구만의 문제라고 보는가?

"10년 전 대구, 인천, 광주를 비교한 논문을 썼다. 대구가 가장 비관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인천과는 차이가 현격하다. 광주는 처절한 생존투쟁을 통해 자생력을 키웠다. 대구는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정치권만 바라보고 정권 교체만을 바라왔다."

-정치 또는 엘리트층이 바뀌면 대구도 바뀔 수 있나?

"안타깝지만 그렇지 못하다. 이제는 원인과 무관하게 시민사회에서 폐쇄적 지역주의가 재생산 구조를 확보했다. 한 세대 이상 지역주의가 할거하면서 일상화해버렸다. 정치에 책임을 묻기도 늦었고, 오히려 정치인들의 발목이 잡혀버렸다."

-그렇다면 대구를 바꾸기는 불가능하다는 뜻인가?

"(그는 이 대목에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해법이 없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실험과 도전도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났다. 대구 안에서도 학연과 지연을 따진다. 파편화된 개인 이기주의의 단면이다. 대구라는 지역주의, 그 속에 특정 고교와 지역이라는 이기주의, 더 작은 개인적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대구가 바뀌어야 한다는 공감대만이 살 길이다."

김수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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