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저금리 시대 내 돈 어떻게?…하이브리드채권 각광

한국은행이 오는 9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또다시 내릴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4.0%에서 3.0%로 1.0% 포인트 내린 한국은행이 또다시 금리를 하향조정하면 금리는 2%대로 곤두박질친다.

투자자들은 머리가 멍해지고 있다. 불안한 주식시장을 피해 저축상품으로 가고 싶지만 금리가 내리면서 이자가 너무 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올리기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이 '초고금리 채권'을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소식이다.

◆앞으로 이자, 더 박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이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금리를 극단적으로 낮추면서 시장금리도 본격 하향하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상반기 중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1.5%까지 인하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금리 하향 전망이 나오면서 이젠 은행에서 7%대 정기예금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은행들을 따라 금리를 올려왔던 저축은행들도 정기예금 금리를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각 경제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예상 이자율은 4% 후반에서 5% 초반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주식시장의 본격 반등을 기대하며 주식 직접투자나 펀드시장으로 옮겨가기도 힘든 터. 증시전문가들도 상반기엔 본격적인 증시 상승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이브리드채권, 8%를 쳐준다?

하이브리드채권(신종자본증권)이 최근 투자자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채권과 주식의 성격이 혼합되어 있다는 특성 때문에 하이브리드채권이라고 불리는데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할 때 자기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특성 때문에 최근 은행들이 앞다퉈 발행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채권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고금리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 하이브리드채권은 은행 정기예금은 물론 후순위채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은행권 확정금리형 상품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7일부터 19일까지 2천700억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 판매를 시작하는 대구은행 하이브리드채권의 발행금리는 연 8.60%에 이른다. 3개월마다 이자가 지급되는 이표채로 발행 후 5년 경과 시점에 은행이 조기상환권(Call Option)을 가지는 조건부 채권이다. 쉽게 말해 이달에 이 채권을 구입한 뒤 매년 8.60%의 이자를 챙기고 5년 후에는 은행에 되팔 수 있다는 얘기다.

실명의 개인 및 법인고객으로 가입 가능하고 세금우대 및 생계형 저축으로도 할 수 있다. 500만원 이상 사야 하고 100만원 단위로 추가 가입할 수 있다. 선착순 판매하고 한도가 소진되면 판매가 끝난다.

최근 이 채권을 판매한 부산은행의 경우 수요가 폭주하면서 300억원을 추가발행했으며 대구은행 발행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경남지역에서도 가입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나한테도 맞는 상품일까?

하이브리드채권은 생소한 것이지만 은퇴자 등 이자로 생활하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 상품이다. 장기간 금리하락에 대한 위험부담 없이 8% 후반대 높은 금리로 고정적인(3개월 단위) 이자수령이 가능한 것이다. 생계형 비과세저축 또는 세금우대저축으로 가입하면 실수령액 측면에서 더욱 효과적이다.

고액자산가들도 중장기자금 운용처로 좋다.

펀드손실을 감내하기 힘들어 펀드환매 여부를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원금 회복 대안상품으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하이브리드채권은 중도해지 및 가입 은행에서의 담보대출이 불가능하지만 양수·양도가 가능하고 다른 은행에서의 채권담보대출은 가능하다. 유동성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발행금융회사가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되거나 경영상의 문제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 등을 받을 경우, 그 기간 중에는 이자지급이 정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정조치는 은행의 BIS 비율이 8% 이하일 때 받을 수 있어 대구은행 등 현재 국내은행의 BIS 비율을 감안하면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대구은행은 이번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으로 BIS 비율(바젤2 기준)이 1.3%p 상승, 12.7% 이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우량금융회사를 판단하는 기준. 은행이 대출, 보증 등 위험이 있는 자산에 비해 자기자본을 얼마나 쌓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국제적인 건전성 지표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라 국내 금융회사들은 BIS 비율을 높이기 위해 유상증자, 후순위채·하이브리드채권 발행 등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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