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쟁점법안 처리에 실패한 것은 전략부재가 낳은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연말을 강행처리 시한으로 정했다가 8일 끝나는 임시국회 회기로 시한을 연장해 직권상정을 시도했지만 준비가 미흡한데다 민주당의 국회 본회의장 점거사태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두손을 들었다. 이는 쟁점법안 직권상정에 대비한 전략은커녕, 소속의원들의 동의도 구하지 못하고 여론도 오판한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7일 "방송법 등 쟁점법안과 비쟁점법안 87개의 리스트는 물론이고 제안이유 등을 보내주지 않아서 어떤 법안이었는지 알지 못했다"며 원내지도부의 무전략을 비판했다. 특히 당직을 맡지 않은 평의원들은 어떤 법안이 직권상정되는 것인지 몰라 언론보도를 보고 내용을 파악하기도 했다.
입법전쟁 기간 중 원내지도부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하며 상임위별로 각 의원들에게 2, 3개씩의 법안제안 설명역할을 맡기기는 했다. 그러나 이들 의원들도 자신에게 할당된 법안외에는 어떤 법안들이 직권상정되는지조차 몰랐다.
한나라당이 직권상정을 통한 강행처리 방침을 고집하게 된 것은 여론조사 결과 때문이었다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지난해 12월 새해 예산안 처리 직후 쟁점법안 처리에 따른 지지도 추이 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지도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오자 원내지도부가 강행처리해도 정치적 부담이 적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결과와는 상반된 내용의 당 내부 보고서도 제출됐다고 한다. 당의 전략기획본부는 국감이후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첫 해인 올해는 '경제살리기'에 주력하는 것이 좋겠다며 논란이 있는 언론관계법 등 사회관련 법안처리는 내년 초로 미루고 금산분리와 출총제완화 등 경제관련입법에 주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쟁점법안의 순차처리 전략을 내놓았다.
그러나 친이 직계 등에서는 '어차피 처리해야 한다면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 더 낫다'며 일괄강행처리 방침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결국 전략부재와 여론오판 및 준비미흡 등 총체적인 전략빈곤이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처리실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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