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병휘의 교열 斷想] 대박 터트렸으면

새해 소망 가운데 건강과 가정의 화목 이외에 대박을 꿈꾸는 이들도 적잖다. 큰 이득이나 성공·행운 따위를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 '대박'이다. 대박에는 힘들게 쌓아온 결실을 풍성하게 거두는 것이 있는 반면 뜻하지 않은 행운을 기대하는 것도 있다. 전자는 자신이 이룩한 사업이나 각종 공연 등에서, 후자는 증권시장이나 복권 등에서 대박을 기대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한국 축구의 희망 박지성(2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재계약 문제가 언론에 회자되고 있다. 박지성의 계약기간은 2010년 여름까지지만 통상 계약기간 종료 1년을 앞두고 협상이 시작되는 만큼 맨유가 박지성과의 재계약 의지가 있다면 조만간 협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산소탱크'란 별명처럼 지치지 않고 종횡무진으로 활약하며 상대 수비수를 괴롭히는 박지성이 몸값 '대박을 터뜨리려면' 골 결정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란 지적들이 많다. 박지성 본인의 희망대로 맨유에 잔류하면서 몸값 '대박을 터트렸으면' 좋겠다.

앞서 언급한 문장에서 '대박을 터뜨리려면'과 '대박을 터트렸으면'에 나오는 '터뜨리다'와 '터트리다' 중 어느 것이 옳은 표현인지 헷갈려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글 표준어 규정에 의하면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및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라며 복수표준어를 인정하고 있다. '-트리다'와 '-뜨리다'도 여기에 속하여 '떨어뜨리다/떨어트리다' '쏟뜨리다/쏟트리다' '터뜨리다/터트리다'로 쓰인다. 또한 '-거리다/-대다'(가물거리다/가물대다, 출렁거리다/출렁대다), '-스레하다/-스름하다'(거무스레하다/거무스름하다, 발그스레하다/발그스름하다), '-다마다/-고말고'(하다마다/하고말고)도 마찬가지의 경우다. 이 밖에도 '-쇠/-소'(쇠고기/소고기, 쇠가죽/소가죽, 쇠기름/소기름, 쇠뼈/소뼈), '가물/가뭄' '거슴츠레하다/게슴츠레하다' '고린내/코린내' '구린내/쿠린내' '나부랭이/너부렁이' '꺼림하다/께름하다' '가엾다/가엽다' '감감무소식/감감소식' '여태/입때' '어이없다/어처구니없다' '벌레/버러지' '장가가다/장가들다' '좀처럼/좀체' '한턱내다/한턱하다' '천연덕스럽다/천연스럽다' '재롱떨다/재롱부리다' 등 적잖은 단어를 복수 표준어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인을 상대로 한 어느 조사에서 응답자의 80%가 복권을 구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이 대박을 꿈꾸거나 이를 마음의 위안으로 삼는다고 밝혔다니 고달픈 직장인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어쨌든 올 한 해 행운이든 노력의 결실이든 모두가 '대박'을 터뜨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정부장 sbh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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