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길고도 추운 설 연휴…상여금 없고 휴무일수 늘어

사상 최악의 불황기에 맞은 이번 설날(26일) 연휴에 대다수 근로자들은 빈 주머니를 차고 장기간 쉴 수밖에 없게 됐다. 기업체들이 상여금이나 선물은 없애고 휴무일수는 늘려잡기 때문이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과 업체들에 따르면 260개 가량의 포항공단 입주업체 가운데 설날 특별상여금을 지급할 업체는 현재까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날에는 10개사, 지난 추석에는 8개사가 특별상여금을 줬다.

대신 휴무일수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공식적인 연휴는 24일(토요일)을 포함해 27일까지 4일이지만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상당수 업체들이 24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8박 9일간 공장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고, 연중 쉬는 날없이 가동하던 10여개 업체들마저 이번 설날에는 용광로 불을 완전히 끄고 휴무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임단협을 통해 이미 합의된 정기 상여금도 지급하지 못할 업체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하다"면서 "포항공단 조성 30년만에 올 설날을 전후해 사상 최장 연휴를 맞을 가능성 또한 높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데 1주일 동안 쉴 업체가 전체의 30% 이상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미국가산업단지 기업체들도 대부분 설 연휴 다음날인 28일까지 휴무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 중소 협력업체들은 설 연휴가 낀 한 주 동안 푹 쉬고 2월 2일부터 조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달 5, 6일부터 조업을 시작한 곳이 많아 상당수 기업체의 1월 조업일수는 보름 정도에 불과하다.

구미지역 기업체들도 설 상여금과 선물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 휴대전화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 납품물량이 거의 없다가 최근 납품물량이 서서히 늘고 있는데 설 연휴가 끼어 다시 쉬어야 할 형편"이라며 "경기가 어렵다고 설 상여금이나 선물을 안 돌릴 수도 없고 걱정이 많다"고 했다. 사원 80여명을 둔 디스플레이 관련 협력업체 사장은 "그동안 큰 돈이 아니더라도 직원들에게 설 상여금을 빠뜨린 적이 없었는데 올 설은 자금사정이 워낙 안좋아 2만, 3만원 정도의 선물세트 지급으로 성의 표시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여금은 줄고 쉬는 날은 늘게 되자 근로자들은 벌써부터 '귀향 포기'를 선언하고 있다. 일부 근로자들은 콘도미니엄에 가서 하루 이틀 가량 쉬다 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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