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는 대구 유일의 특정 장르 전문극장이다. 오페라 저변확대와 전문 공연장 필요에 의해 2003년 건립됐다. 그 후 6년이 지났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최와 대형뮤지컬 장기 공연, 오케스트라 연주 등을 통해 전문극장으로서의 위상을 쌓아왔다. 하지만 최근 계명아트센터와 천마아트센터 등 대형 공연장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오페라하우스 운영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예술성'과 '상업성'이란 딜레마에 선 정승재 대구오페라하우스 기획공연팀장을 만났다.
-최근 극장 가동률이 저조하다는 평이 많다. 상황이 어떤가?
"일시적인 현상이다. 연초인 1, 2월은 공연 비수기다. 다만 이 기간을 메워주던 뮤지컬 장기공연을 계명아트센터가 하면서 대관수익이 줄어들었다. 대략 1억원 정도다."
-4월엔 천마아트센터까지 개관한다. 뮤지컬 장기 공연 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발레 등도 예정돼 있다고 들었다. 수익에 영향이 없는가?
"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전용극장이다. 천마와 계명같은 다목적홀과는 공연 콘텐츠가 다르다. 뮤지컬과 발레 등 기존 대관 공연은 오페라하우스의 한 부분일 뿐이다. 우리 극장은 오페라 기획 공연을 하는 곳이다."
-상업 공연을 배제하겠다는 뜻인가? 가동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극장 운영 적자 폭이 늘어난다는 것이 아닌가?
"오페라하우스의 '중심'이 뭔지를 말하는 것이다. 일회성에 그치는 대관공연으로 돈벌이 하는 데 치중하지 않는다. 대신 오페라 기획을 통해 제작비 대비 적정 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페라 관객 발굴, 오페라 대중성 확보, 기부문화 정착 등이 그 방법이다. 극장 운영을 통해서 수익을 내라는 것은 예술 극장에 대한 운영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세계 유수의 극장도 재정자립도가 20%를 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콘텐츠로 이야기가 귀결된다. '오페라'라는 예술 장르가 대중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부 계층의 사교용으로 사용된다는 비판도 적잖다.
"사교장으로 쓰인다는 이야기는 오해다. 고위직 관료나 사회 지도층에게 오페라의 접근성을 높인 것은 기부금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오페라 문화는 사교계의 기부금에서 비롯됐다. 장기 공연이 불가능하고 편당 제작비용이 수억원이 드는 고비용 구조를 줄이려는 고육지책이다. 오페라 대중화 부분에 대해선 나 역시 회의적이다. 오페라는 영화나 뮤지컬처럼 쉽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오페라는 주체적인 향유문화다. 탄탄한 극적 구성과 화려한 볼거리로 순간을 즐길 수 있는 영화와 뮤지컬과 다르다. 클래식을 알고 성악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즐길 수 있다."
-대구는 '주체적인 향유문화'인 오페라를 6년 전부터 특성화시켜왔다. 대구가 오페라 도시의 가능성을 갖췄다고 생각하는가?
"오페라 향유문화는 수년 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한 세대 안에 해결될 문제로 보지 않는다. 주체적인 향유문화란 우선 교육에서 시작된다. 우리의 주입식 교육은 문화인을 키워내지 못한다. 흔히 국어시간에 시를 배울 때 시의 형식과 주제, 내용 등을 암기한다. 특히 시 주제는 '일제 강점기의 저항'이라고 말한다. 문학작품의 주제가 어떻게 하나일 수밖에 없는가? 수동적인 교육문화가 주체적인 문화인 배출을 가로막고 있다. 클래식 연주회와 미술 전시, 행위 예술 등은 대표적인 주체적 향유문화다."
-대구로 국한시켜 설명해 달라. 대구가 오페라 도시로 가능한가.
"관객층 저변과 자체 제작 오페라의 수준, 음악적 역량 등 대구 오페라의 수준에 대해선 확답하기 힘들다. 어느 누구도 대구오페라하우스 작품을'예술의 전당'과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와 비교하지 않는다. 대신 오페라 공연 시장에 일찍 뛰어들어 생긴 '선점 효과'에 기대가 크다. 얼마 전 고양시와 의정부시가 '브런치 오페라'를 벤치마킹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서서히 번지고 있는 클래식 붐의 후발주자들이 대구를 찾고 있다. 굉장한 가능성이다. 한국에서 기획 공연 중 자체 제작 오페라 비율이 75%인 곳은 예술의 전당 외엔 대구 뿐이다."
-선점 효과가 빛을 내기 위해선 오페라 기획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듯 싶다. 앞으로 오페라 기획 공연의 방향을 설명해달라.
"한국인이 좋아하는 무겁고 비극적인 그랜드 오페라와 함께 브런치오페라를 꾸준히 해나갈 것이다. 또 오페라 DVD 제작과 해외 오페라 생중계, 오페라 다시보기 다운 서비스(홈페이지) 등도 병행할 계획이다. 뉴욕메트로폴리탄에서 진행된 오페라를 호암아트홀에서 영상으로 생중계한 적이 있다. 당시 관객 호응도가 좋았다. 기획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그래서 감히 말하고 싶다. 수성아트피아와 계명아트센터 등 다목적홀의 인기있는 공연과 비교하지 않았으면 한다. '예술의 전당'에 가서 '세종문화회관' 공연 재밌다고 말하는 것밖에 안된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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