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한 마리 토끼라도 잡자!

"꼴(마, 소에 먹이는 풀) 짐은 넘어지려 하고, 소는 남의 콩밭에 들어가려 하고, 설사는 쏟아질 것 같은데 허리띠는 풀어지지 않고…."

현재 나라의 경제 모양새가 되어가는 꼴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갈피를 못 잡는 가운데 국회는 여야 난국의 대안은 없이 싸움질로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한국의 저질정치를 나라 안팎에 내보여 국민을 실망시켰다.

또한 경제위기의 절박함을 모르는 관료들 속에 대통령 혼자서 애쓰는 모습을 멀리 포항에서 바라보는 촌부의 마음은 정말 안타깝기만 하다.

벌써 미국에서는 경제 붕괴의 원초적 차단을 위해서 중앙은행, 정부, 보험공사가 2007년부터 GDP의 50%인 7조4천억달러를 공급하기 위해서 분야별 항목을 나누어 의회에서 승인된 것부터 행동에 들어가고 있다. 이 많은 자금도 부족해서 금리를 연 1% 이하로 낮추는 상상을 초월하는 경제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후반기부터 지준금리를 겨우 2.75% 낮춰봐야 실제 기업이나 가계대출 금리는 상승하고 있고, 자금유동성을 위해 133조원의 긴급지원금융자금이 은행에서 다시 한국은행으로 역류되고 있다.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할 책임자들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가?

큰 홍수 속에서도 밭두렁의 두더지는 코를 골고 잠자는 형국이 아닌가.

임진왜란 직후 유성룡 대감이 다시는 이런 전란을 겪어서는 아니 된다고 당시 조정이나 관리, 군 체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여 懲毖錄(징비록)을 만들어 후세에 교훈을 준 일이 있다.

그렇다면 겨우 11년 전 IMF 구제금융으로 국가경제를 회생당한 현대판 징비록은 국가기관 어디에도 없다는 말인가? 지금 미국은 자기들이 금융위기를 당하니까 자금지원과 금리를 곧바로 내렸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대출 금리 11~13%에서 내려야 할 판에 오히려 17~19%로 일시에 60% 정도를 올려 넘어진 사람들 뒤통수 밟기 식이었다.

30대 대기업 중 약 14개 그룹이 문을 닫고 알짜배기 회사주식과 서울의 노른자위 빌딩들이 헐값에 월가의 투기자본에 무차별 사냥을 당한 일이 엊그제만 같다.

미국의 금융위기로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이 오는가를 전혀 파악도 못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 짚신이 타고 있는데 불을 끌 대책이 없다.

이제라도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에 비추어 흉내만 내지 말고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인플레는 뒷날 해결하기로 하고 낮은 금리로 금융기관을 통해 국민들의 상식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으로 자금을 풀어 자금 경색을 해소해야 한다.

외국 선사에서 수주한 조선소가 자금을 빌리지 못해 계약취소와 지연금으로 쓰러져 가는데도 금융지원이 되지 않고 공장을 지어 설비를 갖추면 자금을 준다고 하고는 나 몰라라 하는 은행이 있다면, 우리의 금융시스템은 분명 문제가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에게 기업에 자금을 주라고 말로만 하지 말고 대출시스템을 챙겨 보라. 그리고 문제가 있다면 그것을 고쳐주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 아닌가. 일시적 자금난으로 기업을 망하게 할 수는 없다.

경제 활성화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두려워 주저한다면 한 마리 토끼도 못 잡을 수도 있다. 불난 집에 불을 끄는 소방수가 방에 있는 장롱에 물이 들어가는 것을 염려한다면 어찌 불길을 잡겠는가. 이명박 대통령의 현명한 통치력을 기대해 본다.

노원조 경북동부경영자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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