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장을 하려면 산부인과로?"
대구지역 병원에서 산부인과가 전성시대를 맞았다. 저출산 시대에 산부인과의 득세는 이례적이다. 경북대, 영남대, 계명대 등 3개 대학병원 기관장이 우연하게도 모두 산부인과 출신이다.
지난해 4월 조영래 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경북대병원장에 선출된 뒤 올 들어 이두진 영남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차순도 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잇따라 영남대의료원, 동산의료원 원장에 취임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이태성 학장까지 산부인과 교수다.
또 대학병원을 포함한 병원 모임인 대구경북병원회의 차기 회장으로 산부인과 의사인 박경동 효성병원 원장이 내정돼 있다. 박원장은 다음달 말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의료기관의 장'이 되려면 산부인과로 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역대 같은 진료과목 교수들이 지역 의료계 기관장을 대거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의료원장은 "산부인과가 다른 과에 비해 할 일이 없어서 다른 쪽(행정)으로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겸양성 농담을 했다. 또다른 원장은 "여러 과 중 산부인과, 그 중 부인종양 전공 교수가 가장 우수하기 때문일 것"이라며 자찬성(?) 분석을 내놨다.
이들은 서로 친분이 깊다. 4명 모두 경북대 의대 출신으로 함께 공부한 사이다. 사석에선 '형님', '동생' 하며 지낸다. 조영래 원장과 이태성 학장(1952년생, 76년 졸업)이 동기이고, 이두진 원장과 차순도 원장(1953년생·78년 졸업)이 동기다. 이들 모두 산(産)과가 아닌 부인(婦人)과, 게다가 종양 전공 교수다. 우연 치곤 신기할 정도다. 이들 모두 조영래 원장, 이태성 학장이 창립한 대구부인종양연구회 회원으로 매달 한번씩 만나는 각별한 사이다.
이들 기관장이 모두 같은 대학, 같은 과 출신으로 구성되다 보니 대구 의료계 화두인 '메디시티', '의료관광', '복합의료산업단지 유치' 등 지역 의료산업 육성에 의기투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다. 조영래 경북대병원장은 "앞으로 병원마다 독자적인 행동보다는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하며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조만간 기관장으로서가 아니라 선·후배간 사적인 모임을 한번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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