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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의 시와 함께] 앞뜰의 살구나무 / 임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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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뜰에서 내내 빈 손 들고 서 있던

살구나무 한 그루 간 곳이 없고, 홀연

꽃상여 한 채가 기다리고 있었다

환등을 켜놓은 듯 사방 온통 환해서

나비도 어릿어릿 앉다가 이내 뜬다

다시 보면 연분홍꽃 새 이불

알몸으로 푸욱 묻히고 싶은

꿈도 없이 한 시절쯤 잠들고 싶은

꽃구름 한 채 둥두렷이 떠 있다

간밤 꿈에 어머니가 뵈더니

살구꽃 가마 한 채 보내신걸까

'만행과 만덕을 닦아 덕과를 장엄하게 한다'는 불교 용어 화엄의 무늬와 색깔이 궁금하다면 이 시를 소리내어 읽어볼 일이다. 살구나무 꽃피는 순간에서 화엄 세상을 엿본다면 이 세상에서 시인의 쓰임새도 한 가지는 되겠다. 꽃핀 살구나무는 꽃상여의 은유를 얻었다. 만발한 살구꽃은 살구나무라는 제 본질을 넘어 버렸다. 그건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등불의 이미지이다. 어느새 그것들은 새 이불이다가, 상승하면서 꽃구름의 이미지 속에서 꽃가마까지 변신한다. 살구꽃의 눈부심만큼 변신은 천의무봉. 마치 수많은 만다라 그림과 조우하면서 만다라의 천가지 만가지 색들과 차례차례 겹쳐지는 순간을 형성하고 있다. 이 시 이후 오래 지나지 않아 시인은 자신의 부음을 득음처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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