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의 핵심 축인 낙동강에 대한 면밀한 탐사 조사가 이뤄졌다. 조원진 의원(대구 달서병) 등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과 전문가들이 2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낙동강 발원지인 강원도 태백부터 낙동강 하구인 을숙도 철새도래지까지 506km를 강행군했다. '영남의 젖줄'인 낙동강 정책에 대한 기본 뼈대를 세우기 위해서다. 낙동강 지류(支流)까지 구석구석 살피며 걸었다. 매일신문은 이를 동행취재했다.
◆이제는 물의 전쟁이다=27일 오전 경북 봉화 이나리강. 햇빛이 내리쬐었고 강은 바닥을 드러내 메말라 있었다. 며칠 전 비가 왔지만 해갈까지는 요원했다. 한 스님은 "강 자체가 강이라 불리기 어렵게 됐다"며 "인근 산에 머드팩 광산을 만든다는데 강을 오염시킬까 걱정"이라고 했다. 강 살리기 따로, 개발 따로인 셈이다.
낙동강 정책 탐사투어팀(탐사팀)은 안동댐 상류부터 점검해 나갔다. 낙동강 본류보다 지류에 신경을 쏟았다. 낙동강 오염은 지류부터 시작된다는 판단에서다. 엄태항 봉화군수가 "봉화군 석포면 인근 폐기물 매립 시설에서 오염원이 낙동강 최상류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자, 강성천 의원은 "김포 매립지 침출수 처리를 벤치 마킹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엄 군수는 "집중 호우 최대 피해 지역인 봉화군에 크고 작은 저수지를 만들어 수량을 확보하게 해달라"고 건의했다.
이날 오후 안동댐 상황실. 김휘동 안동시장은 "댐 건설로 인한 주민 피해가 크다"고 토로했다. 물 부족으로 인한 인구 유출에다 안개, 서리, 우박으로 농산물 피해가 극심하다는 현장의 소리였다.
이후 탐사팀은 안동댐 석동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2노트(knot)로 달려 댐 상류 주진교 요촌선착장까지 1시간 20분만에 도착했다. 수질에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물 부족은 예상했던대로였다.
28일 탐사팀은 송리원댐 건립 예정지를 찾았다. 댐 건설로 수몰되는 약 511가구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지시했다. 이후 영주 삼강나루터를 지나 상주 경천대, 구미 하수처리장, 대구 강정취수장과 신천하수처리장을 방문해 관계 기관과 현안 사업을 논의했다. 특히 강창취수장은 물 부족으로 인한 녹조가 심각했다. 조원진 의원은 "이제는 물의 전쟁이다"며 "5월중 마련될 낙동강 마스터플랜에는 '선 수량 확보 후 수질 개선'을 염두에 두고 식수 부족, 오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탐사 결과물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탐사 투어의 성과=28일 달성 도동서원 답사를 시작으로 창녕 우포늪, 창원 대산정수장을 거쳐 낙동강 하구둑까지 이어진 낙동강 탐사는 낙동강 구석구석을 밟으며 많은 아이디어를 발굴해냈다.
가장 큰 성과는 '오염원 로드맵' 작성이다. 지류에서부터 지역별 식수 오염 가능성 및 오염 요인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로드맵을 작성한 뒤 점검,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다.
또 댐 건설로 인한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댐연구센터' 건립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에는 댐연구소가 있지만 위기에 대비할 실용적 데이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수자원공사 윤원기 구미권관리단 차장은 "위기가 곧 기회"라며 "이번 기회에 댐 건설 이후 기후 변화 및 지구 온난화로 인한 물부족, 인구 유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댐연구센터를 건립하자"고 제안했다.
신정일 문화답사가는 "영남 젖줄인 낙동강의 역사, 문화, 생태를 알리는 '강박물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를 위해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지정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조원진 의원은 "페놀사태 이후 1.4다이옥산, 퍼클로레이트 등 오염원 유출이 14차례나 이뤄진 것은 허술한 관리가 문제"라며 "지방하천의 국가하천 전환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충주댐과 안동댐을 연결해 영남권 물부족을 해결하고, 지류에 중소형댐이나 저수지 등을 만들어 집중 호우나 홍수, 가뭄에 대비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이병욱 환경부 차관은 "물은 이제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모두의 문제이며 5월 전까지 근본 해결을 위한 기본 아이디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ubo801@msnet.co.kr
▷정책탐사 참여자:조원진·강성천·이화수·이두아·조해진·박대해·박준선·이한성 의원, 이상팔 대구지방환경청장, 윤승준 환경부 물환경정책국장, 반홍섭 수자원공사 경북지역본부장, 이재현 환경부 낙동강유연환경청장, 강형신 한나라당 한노위 수석전문위원, 이병길 환노위 수석전문위원, 김휘동 안동시장, 김주영 영주시장, 이정박 상주시장, 김영일 경북 정무부지사, 홍종흠 향토사연구소장, 우덕윤 경북 수질보전과장, 서윤석 한국수자원공사 구미권관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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