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시군 출산장려금, 대구엄마들이 챙긴다?

얼마전 첫 아이를 낳은 A(30·여)씨는 경북의 한 군(郡)으로부터 출산지원금 30만원을 받았다. 직장과 집이 모두 대구지만 친정이 있는 이곳으로 주소지를 옮겨놓았기 때문. 대구에서는 셋째 아이부터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을 경북 지역에서는 첫 아이부터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A씨는 "출산지원금을 받기 위해 임신후 곧바로 주소지를 옮겼다"며 "담당 공무원이 실제 살고 있느냐고 묻기는 했지만 자세하게 확인하지 않더라"고 했다.

경북지역 지자체들이 저출산을 극복하고 농촌 지역 인구를 늘리자는 취지로 지난 2007년부터 경쟁적으로 주고 있는 수억원의 출산양육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다.

허술한 지급 규정으로 인해 임신부들이 출산을 앞두고 경북도내 시·군에 주소지를 옮겨 놓은 뒤 지원금을 받고 다시 옮기는 '위장 전입'이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해당 시·군은 출산지원금 수령자들이 실제 거주하는지 여부를 파악조차 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도군의 경우 지난해 출산양육지원금을 받은 210명 중 청도에 살고 있는 부모 및 신생아는 183명에 불과했다. 1년도 안 돼 27명이 청도를 떠났다. 2007년에도 지원금을 받은 174명 중에 28명(16%)이 청도에 살지 않았다. 영천시도 지난해 665명에게 출산지원금 7억2천600만원을 지급했지만 1년 이상 영천에 머문 부모와 신생아는 600명에 그쳤다. 다른 시·군들은 지원금을 받은 주민들이 이후 얼마나 빠져나갔는지 아예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구와 인접한 영천·경산·군위·청도·고령·성주·칠곡 등 경북도내 7개 시·군은 지난 2007년부터 첫째 아이는 10만~50만원, 둘째·셋째 아이의 경우 20만~150만원에 이르는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다. 고령군과 영천시는 아이를 낳기 1년 전부터 군에 주소지를 둘 경우 지급하고 성주·청도군은 각각 출산 6개월과 3개월 전부터 주소지를 두면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다. 군위와 경산시는 출생 시점을 기준으로 첫째 아이, 칠곡군은 둘째 아이부터 지원금을 주고 있다. 이들 시·군들은 지난해까지 2년 동안 4천110명에게 모두 18억8천680만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한 군청 관계자는 "농촌 자치단체들이 막대한 혈세를 들여 출산장려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일부' 부모들이 지원금만 챙긴 후 바로 떠나는 사례가 꽤 있다"면서도 "공무원들이 신생아 부모들이 계속 거주하는지 일일이 추적하기도 힘들어 고민"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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