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하루 산불로 40만 평이나 태워버리다니

경북 칠곡에서 어제 큰 산불이 났다. 오늘까지 확산되면서 동명면을 거쳐 대구 읍내동에 이르기까지 100㏊ 이상의 산림을 초토화시킨 불이 그것이다. 거기다 어제는 구미에서 또 30㏊에 이르는 임야를 태웠고, 안동'대구 등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각각 5.5㏊ 및 3㏊가량의 산림 피해를 냈다.

어제 하루 사이 발생한 역내 5건의 산불 피해 면적 140여㏊은 지난 4년간의 각 연간 역내 총 피해면적(2005년 70㏊, 2006년 44㏊, 2007년 62㏊, 2008년 52㏊)보다 많은 것이다. 하루 사이 일 년 태울 것의 몇 배를 태워버린 꼴이다. 특히 칠곡 것은 최근 10년간 경북에서 발생한 산불 중 두 번째 컸다. 올해 들면서 심상찮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던 산불 발생 추이가 결국 이에 이르게 된 것이다.

모든 게 방심의 결과다. 비상한 가뭄 상황이 닥쳐 와 온 산림이 화약고로 변해 있는데도 태무심한 탓이다. 이러다가 수백 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 2월의 호주 산불 같은 참사가 우리나라에서라고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터이다. 어제만 해도 이미 수많은 주민들이 마을 밖으로 몸을 피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고, 변전소가 위협받아 한전이 긴급히 송전선로를 변경했는가 하면, 고속도로가 불길에 휩싸일 것에 대비해 도로공사가 터널 봉쇄를 준비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우리나라 산불은 미국 등과 달리 자연발화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대부분 인재다. 사람만 조심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산불이 얼마나 무섭고 위험한지 모르고 지금도 그곳에서 예사롭게 불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화왕산 산불로 순식간에 숱한 목숨이 희생됐는데도 그렇다. 상상을 뛰어넘는 산불의 확산력과 파괴력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노력부터 강화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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