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사줄때 사주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서 '시간이라는 문제'에 놓이게 된다.

크게는 국가의 정책을 수립할 때 작게는 개인의 물건 하나를 구입할 때, 그리고 그러한 일들을 하고 나서도 자의든 타의든 간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시기적절, 시기상조 등의 말로 평가하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의 결정이 곧 아이의 것이 되어버리는 시기에는 아이가 어느 정도 스스로 선택 결정할 수 있을 때까지는 '그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가, 아닌가' 의 문제가 더욱 더 중요하고 절실하게 느껴졌다. 다시 말해 아이의 성장에 따라 해야 할 무언가를 선택 결정할 때 그 무엇만큼 그것을 행하는 시기도 참으로 중요하다.

여기에 요즘 아이들이 너무나 갖고 싶어 하는 닌텐도, 핸드폰 등이 좋은 예라는 생각이 든다.

위의 2가지는 거의 모든 아이들이 갖고 싶어하는 만큼 많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고 아이들에게는 언젠가는 사야만 하는 물건이, 부모들에게는 '사 주느냐 안 사주느냐'의 문제를 넘어 언제쯤 사주느냐의 시기의 문제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이렇게 어쩔 수 없이 사 줄 수밖에 없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알맞은 시기를 생각하자.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집 아이도 작년 1월부터 '닌텐도'를 사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아이의 매일 매일의 조르기 한판에 져 어쩔 수 없이 생일 선물로 사 주겠다고 약속해 버렸다. 대신에 생일 때까지 용돈을 모아 모자라는 금액은 보태서 사기로 아이와 약속했다.

아이의 생일이 12월이라 그때까지 시간을 벌고 싶었고 막연히 아직은 사 줄때가 아니라고만 생각했고 그동안 아이의 맘이 바뀌길 바랐다. 하루에 여러 번 바뀌는 아이의 마음, 그럴 줄만 알았다. 그런데 아이는 기특하게도(?) 그동안의 유혹들을 물리치고 생일 때쯤 꽤 많은 돈을 모았고 겨울 방학 즈음에 그 게임기를 샀다. 방학이라는 느슨함을 틈타 그 게임기는 아이의 규칙적인 스케줄의 일부가 되었고 필자 또한 여름방학과는 달리 1학년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에 아이를 마냥 풀어 놓기만 했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조금은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 신학년이 되어서도 아이에게 영향을 미쳤고 시간이 지날수록 필자에겐 후회와 아쉬움만 생겼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물건 하나 구입하는 데도 그 시기를 잘 선택해야함을 절실히 깨닫게 해 주었다.

사소한 문제도 이럴진대 아이의 학업 문제, 더 나아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 장래희망에 있어서도 무엇을 하느냐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언제 시작하느냐 그 적절한 시기를 정하는 데에도 좀 더 신경을 쓰자. 다음번에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 주게 될 때에는 꼭 적절한 시기를 생각하리라. 시의 적절하게….

천연정(동변초교1년 정민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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