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여류 문인화가 청원(靑園) 성길자의 '대형문인화전' 작품집을 받아들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음에도 불구,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의 크기는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비교적 작은 작품에 해당하는 '개춘화향'(開春花香)의 경우, 길이 2m90㎝에 이르렀고, 가장 큰 작품인 '추국만절향'(秋菊晩節香)은 가로 13m50㎝, 세로 2m85㎝에 이르렀기 때문.
작가에게 이렇듯 초대형 작품을 만든 이유를 물었다. "붓과 인연을 맺은 지 30년이 흐르면서 숱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부채전, 병풍전 등을 해봤지만 뭔가 허전하고 텅 빈 느낌이 들었죠. 보다 개성 있고 독특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구상에 들어간 뒤 작업에 들어갔지만 쉽지 않았다. 일단 작품이 워낙 크다 보니 작업할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여러 곳에서 퇴짜를 맞은 끝에 학교 체육관을 구할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일요일에만 작업이 가능했고, 주로 밤시간에 이뤄졌다. 한겨울이다 보니 추워서 손이 부르틀 지경이었다. 작업 도중 잠시 쉬는 중에도 한기가 몰려들어 참기 힘들었다. 작업을 마치면 10m가 넘는 종이를 말고 작업 도구를 챙겨서 다시 돌아오고, 작업 때면 다시 펴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결국 집으로 돌아와 거실을 가득 메울 만큼 종이를 펼쳐놓고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시간에 쫓기다 보니 거의 매일 새벽 2시까지 꼬박 두 달간 작업이 이뤄졌다. 워낙 크기가 큰 탓에 앞서 그린 부분과 구도를 맞추기가 힘들었다. 이전 작업 부분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가며 전체 그림 구도를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서서히 그림의 윤곽을 잡아 나갔다.
"당초 종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100호짜리 화선지를 하나씩 붙였습니다. 얇은 화선지를 풀로 붙이는 작업이다 보니 행여 주름이 지지 않도록 표구 전문가를 불러와야 했죠. 13m짜리 종이는 100호짜리 16장을 붙여서 만들었습니다." 종이를 붙이는 데만 몇 시간이 걸렸다. 자칫 실수라도 할라치면 돈도 돈이거니와 새로 종이를 붙이는 작업이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다행히 처음부터 구도를 잡고 시작한 덕분에 버려진 종이는 없었다. 하지만 먹과 컬러 물감을 섞어 채색하는 작업이다 보니 행여 망칠세라 늘 조심스러웠다.
작품을 만들고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는 데 적잖은 돈이 들었지만 그는 작품을 팔 목적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 목적에 부합한다면 원하는 곳에 기증할 생각도 있습니다." 전시는 14~19일 문화예술회관 1층 1, 2전시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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