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에 진출할 때 가장 힘든 작업 가운데 하나가 새로운 상호를 짓는 일이다. 상표권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호짓기도 그 만큼 아려워지고 있는 것. '좀 괜찮다' 싶은 상호는 이미 상표등록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상호를 둘러싼 상표권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상호짓기, 진땀 뺀다
임모(45)씨는 2007년 스테이크전문점 '아지트'로 상표권 신청을 했다 특허청으로부터 기각 당했다. 이유는 '아지토'라는 상표가 이미 등록돼 있는데 발음상으로 유사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모(46)씨도 '적은 음식을 더 제공한다'는 뜻으로 '한술더'란 상호를 특허청에 신청했다 "해당 업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직접적으로 표시하게 되는데다 고객이 누구의 업무와 관련된 서비스업을 표시하는 상표인지를 식별할 수 없다"는 이유로 등록이 불허됐다. 고깃집 이름으로 '고기마실'이란 상호도 '고기'와 '마실'이란 단어가 너무 일반적이라 상호로 부적절하다는 평을 받고 등록하지 못했다.
이렇듯 상호짓기는 무척 어려운 창업 과정이다. (주)핀외식연구소 서정호 팀장은 "등록된 상호와 유사음이나 고유명사에서 따온 상호들은 상표 등록이 대부분 힘들다"며 "특허심판관들이 심사를 하다보니 주관적인 의견도 들어가기 때문에 그 만큼 상호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괜찮은 상호들은 이미 특허청에 등록된 경우가 많다. 2007년까지 누적된 상표등록 건수는 91만여 건으로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서 팀장은 "심지어 변리사들도 60~70% 승률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상표권 분쟁 잇따라
상표권의 중요성이 높아지지만 여전히 일반 음식점 업주들 상당수는 이같은 인식이 낮은 편이다. 시중 음식점 가운데 70% 정도는 상호 등록이 안 된 채 장사를 하고 있다는 것. 상호 등록을 하면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사업을 할 때 용이하고 법적보호도 받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떡케잌으로 성공한 '떡보의 하루'는 원래 브랜드가 '떡파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2007년 유사음으로 상표권 분쟁에 휘말려 결국 지금의 이름으로 바꾸고 전 매장의 간판도 모두 교체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누리마을 감자탕'도 원래 '종가집 감자탕'이란 상호를 사용하다 뒤늦게 상표권으로 등록된 '종가집 김치'와 분쟁이 일어나 지금의 '누리마을 감자탕'으로 바꿨다.
이 뿐 아니다. 상표권 분쟁으로 상호를 변경하거나 피해를 본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동구 신천시장에서 유명했던 원조 '신천할매떡볶이'는 상표권 분쟁 끝에 '윤옥연할매떡볶이'로 이름을 바꿨고, '신천황제떡볶이'라는 간판으로 10년 이상 영업을 했던 업체도 상표권 논란 탓에 '황떡'으로 간판을 바꿨다.
이런 가운데 상표권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경우도 적잖다. 기존에 장사하던 업주가 상호 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을 알고 몰래 상표권을 등록했다 법원에 금지 신청을 하는 것이다. 기존 업주에겐 '적반하장'이지만 법적으로 상표권은 선출원 주의이기 때문에 먼저 등록한 사람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분쟁 피하려면
외식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특허청에 상호 등록을 하는 것은 필수다. 일정 수수료를 내고 변리사의 도움을 받거나 대구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053-242-8079~82)에서 무료로 특허관련 컨설팅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개인적으론 특허청에 상호를 신청하기 전에 이미 등록되었는지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특허정보 무료검색서비스(www.kipris.or.kr)' 등 특허 검색 사이트를 통해 등록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사이트에 접속, 상표를 클릭하고 검색을 한다. 이 때 일반 검색보단 항목별 검색을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항목별 검색을 할 때는 특허청홈페이지(www.kipo.go.kr)에 들어가 자료실에서 '코드/분류 조회'를 클릭, '상품/서비스업 분류'를 클릭해 각 항목별 번호를 알아둬야 한다. 프랜차이즈업의 경우 43 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서 팀장은 "요즘은 과거와 달리 상표권 출원 과정이나 양식 다운받기 등 다양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전자출원도 가능해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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