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삼도봉

백두대간의 김천 三道峰(삼도봉'해발 1,176m) 정상 조망은 아주 뛰어나다. 이름 높은 민주지산(1,242m)이 서편 바로 눈앞에 섰고, 남으로는 덕유산(향적봉'1,614m)과 거기서 남덕유(1,594m)로 이어 가는 산줄기가 훤하다. 동편에서는 가야산과 금오산 능선 흐름이 선명히 잡히고, 맑은 날이면 더 멀리 있는 팔공산 모습까지 뚜렷해진다.

이 삼도봉에서 지난 토요일 뜻 깊은 등반대회가 열렸다. 김천의 시 승격 60주년을 맞아 기획된 김천 구간 백두대간 60㎞ 縱走(종주)대회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였다. 김천에는 더 높은 대덕산(1,291m)이 있고 직지사로 유명한 황악산(1,111m)도 있는데 어떻게 이 봉우리가 그 중요한 행사장이 됐을까? 경북(김천)-전북(무주)-충북(영동) 3개 도가 만나고 나뉘는 지점에 위치했다는 3도 화합의 상징성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3개 도가 갈라지는 산봉우리에 이것만 있는 건 아니다. '삼도봉'이란 이름 또한 이 봉우리의 고유명사가 아니다. 삼도봉은 백두대간에만도 셋이나 있다. 맨 남쪽 지리산 서부능선서부터 삼도봉이 하나 떡하니 버티고 섰다. 경남(하동)-전남(구례)-전북(남원)을 가르는, 뱀사골 정상의 1,534m봉(본명 낫날봉, 변음명칭은 날나리봉)이 그것이다.

그 삼도봉을 거쳐 북상하는 백두대간은 덕유산 일대의 거창 구간을 지난 뒤 이번엔 두 번째 삼도봉으로 솟는다. 산줄기 서편의 전북과 동편의 경남'경북 등 3개 도가 분기하는 '초점산 삼도봉'(1,248m)이 그것이다. 경남과 경북을 가르는 큰 산줄기가 거기서 동편으로 뻗어나가는 것이다. 수도산'가야산'금오산 등 유명한 산들이 그 지맥에 달린 열매들이다. 백두대간은 이 두 번째 삼도봉을 통해 처음 경북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묘하게도 거기 또한 김천 땅이다. 백두대간에 있는 3개의 삼도봉 중 2개가 김천에 있다는 얘기다.

이 삼도봉을 지나 한참 만에 이르게 되는, 맨 앞서 본 김천 1,176m짜리 삼도봉에도 '화전봉'이라는 본명이 따로 있다. 그 구간 백두대간의 동편은 부항댐이 건설되고 있는 김천 부항면이다. 그 서편에선 전라북도와 충청북도가 갈린다. 충청남도는 어디 가고 갑자기 충북이 튀어나올까? 그 의문은 충청도가 사실상 남북이 아니라 동서로 나누어진 형세라는 걸 알아채야 풀릴 수 있다. 이런저런 지식을 준비해 산에 오르면 우리 땅 공부에 훨씬 도움될 수 있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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