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종문의 펀펀야구] 최다홈런 기록 언제 터질까?

프로야구의 대기록이나 신기록이 달성된 뒤에는 이를 홍보하기 위한 기념품이 제작된다. 이승엽의 56호 홈런이나 박종호의 39경기 연속 안타, 그리고 오승환의 47세이브 달성 등 아시아 기록 수립에서부터 매년 팀과 개인의 신기록이 달성될 때마다 준비하는 기념품 제작에도 여간 많은 고민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니다.

1999시즌 말미에 이르러 임창용은 일찌감치 최다 세이브포인트 부문에서 독주하고 있었다. 그 해 9월6일 이상훈의 최다 세이브포인트 기록(47)을 넘었고 18일엔 최초 50세이브포인트를 달성했다. 당시에는 '뱀 직구'를 앞세워 '동방불패'에서 '창용불패'로까지 불리며 임창용의 활약과 인기가 대단했던지라 구단에서는 은과 동으로 만든 기념 메달을 만들기로 결정하고 제작에 착수했다.

페넌트 레이스가 종료하기까지는 20일 정도 남았고 메달 제작 기간은 보름 정도가 소요되었으므로 서둘러야 했다. 문구도 당연히 '임창용-최다 세이브 포인트 달성 기념'으로 정했다. 그런데 아뿔사 뜻밖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고지를 선점한 느긋한 임창용과는 달리 두산의 진필중이 막판 스퍼트에 열을 올리며 추격해왔다. 이 경쟁은 리그 마지막 날까지 치열했고 결국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진필중이 52세이브포인트를 기록하면서 막을 내렸다.

문제는 문구였다. 전전긍긍하던 구단 관계자는 부랴부랴 '최다 세이브포인트 달성'을 어쩔 수 없이 '최초 50세이브 포인트 달성'으로 고쳐 넣었다. 그러나 이미 의미는 퇴색된 후였고 맥빠진 반응만이 진열대에 싸늘하게 감돌 뿐이었다.

2002년 역전 끝내기 홈런을 터트려 우승의 주역이 된 마해영이 한국시리즈 MVP로 뽑혔다. 첫 우승 후의 잔치 분위기여서 자연 기념품 제작의 종류도 다양했고 규모도 컸다. 그 중의 하나가 MVP 기념 사인볼이었다. 두고두고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판단해 마해영의 사인이 인쇄된 볼은 1만개 가량 제작되었다. 그러나 2003년 시즌이 끝나고 FA가 된 마해영은 KIA로 떠나버렸고 쓸 수 없게 된 남은 사인볼은 폐기처분해야 했다.

지난해 8월 양준혁의 최다홈런 신기록이 3개 차이로 좁혀지자 프런트에선 긴급 회의가 열렸다. 양준혁의 최다 홈런 신기록이 내일이라도 터질지 모르는 상황으로 돌변했기 때문이었다. 8월 이후 맹타를 기록 중이어서 신기록 달성을 위한 이벤트와 기념품 제작을 서둘러 준비해야 했다.

양준혁의 비중과 대구의 상징을 감안해 수만원대의 고급 티셔츠로 제품을 선정하고 수천장을 발주했다. 제품 완성까지는 한달이 걸렸고 그 기간 동안 관계자는 행여 홈런이 터질까 맘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9월3일 2개로 좁혀진 홈런은 끝내 터지지 않았고 고급 티셔츠는 시민운동장내의 창고에서 다음해를 기다려야 했다.

앞일을 예측하고 준비하지만 하늘이 도우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바로 새 기록 작성이요, 기념품 제작인 것이다. 야구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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