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도 중년에 발생하기 쉬운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사춘기에 이어 생리·심리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때인데다 사회생활 스트레스, 실직이나 경제적 불안감 등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시기가 바로 40, 50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반화된 구조조정, 정년 단축 등 위기·상실감과 경쟁, 과로, 스트레스로 인한 체력 저하 등 신체·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지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중년이 더욱 늘고 있다.
우울증은 한마디로 정신과 영역의 기분장애 중 하나로,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 기분이 지나치게 좋아지거나 가라앉게 되는 비정상적인 경우다. 기분에는 즐겁고 유쾌한 기분, 우울하고 슬픈 기분, 짜증스럽거나 불쾌한 기분 등이 있는데 정상적인 경우엔 이런 기분들이 거의 일정한 범위 안에서 시계추처럼 멀리 벗어나지 않고 유지된다. 40, 50대 우울증은 보통 호르몬 변화에 따른 두통, 불면증 등 신체 증상에다 쉽게 피로해지고 의욕도 없어지며 활동 수준도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우울증을 의심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왜 생기나
중년 우울증의 이유는 많지만 생물학적, 심리적, 정신사회적 원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중년에 접어들면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노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과소 또는 과다분비 등 불균형으로 우울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 이상이나 갑상선 호르몬 기능 저하 등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개인의 성격이나 대응방식의 문제로, 지나치게 철두철미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의 경우 젊은 시절엔 활기도 넘치고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상실감을 크게 느껴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환경이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자신의 존재감, 현재의 모습, 미래에 대한 전망에 회의를 느끼면서 우울감에 빠져드는 경우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나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몹시 피로하고 무가치·무기력함을 느끼며 절망감에 빠지는 것이다. 우울 증상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우울한 기분이나 재미 없음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 장애로 볼 수 있다. 우울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불안, 공허감, 절망적인 느낌, 염세적인 생각, 죄책감, 성생활을 포함해 즐거웠던 일이나 취미생활 등에 대한 의욕 및 흥미 상실, 불면, 초조감,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식욕 감소나 체중 감소, 과식이나 체중 증가, 두통, 소화기 장애 또는 만성 통증 등이 있다. 또 아침에 일찍 깨거나 잠을 지나치게 많이 자기도 하고, 힘이 없고 몸이 처지는 기분도 들고, 의사 결정에 어려움도 겪으며 죽음이나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우울한 기분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가장 심한데 슬픔을 느끼거나 혼자 눈물을 흘릴 때도 많다.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후회하고, 미래를 비관적으로 느끼며 불필요한 일까지 잔걱정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는다거나 놀린다고 생각하고, 모든 잘못을 자신의 '무능' 탓으로 돌리는 등 피해망상으로까지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수면장애도 우울증의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인데 잠들기 어렵고 중간에 자주 깨며 다시 잠들기 힘들어 한다.
◆이런 사람, 특히 조심해야
자신에 대한 자존감이 적거나 지속적으로 자신 및 세상에 대해 허무감을 갖는 사람,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우울증에 잘 걸린다.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 경제 문제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사람도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이 밖에도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각, 주위 사람이나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미래를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왜곡하는 성향을 가진 경우도 우울증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 및 대처 방법은
우울한 기분과 재미없음의 증상을 포함해 다른 우울 증상까지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증상이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우울증 자가진단표를 통해 우울증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전문의 상담을 통해 약물 치료나 정신 치료 등 조치를 하는 게 좋다. 일상생활이 힘들고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하는 등 증상이 심각할 경우엔 입원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약물 치료와 상담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은데 증상이 심각하지 않은 경우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도 있다. '행복감이 있으면 상실감도 있기 마련'이라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향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실감에 대해선 미리 대비책을 마련해 놓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극복·예방하자
우울증을 극복하고 예방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다. 특히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끊임없는 변화 노력을 통해 융통성을 발휘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주변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나누려 노력해야 한다. 또 취미를 찾고 사회 관계가 아닌 사람들과 사귈 수 있는 동호회 등에도 적극 참여하는 게 좋다. 정신·신체 단련과 여유를 찾고 기분 전환을 위해 즐길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최대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술이나 불법 약물 등을 피해야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이종훈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1. 하루 종일 우울한 기분을 보인다.
2. 모든 활동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3. 식이조절을 하지 않는데도 체중이 감소하거나 증가한다.
4. 불면이나 과수면 증상을 보인다.
5. 정신적인 흥분이나 지체 현상이 나타난다.
6. 피로하거나 힘이 없다.
7. 무가치함이나 과도하고 부적절한 죄책감을 보인다.
8. 사고력과 집중력이 감소하고 결정에 어려움을 겪는다.
9. 죽음에 대해 반복적인 생각이 든다.
※이 중 5가지 이상이 2주 동안 계속 나타날 경우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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