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더불어 사는 세상] 대구SOS어린이마을

벼랑끝 어린이들 영혼에 생명의 손길 46년

▲대구SOS어린이마을은 46년에 걸쳐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면서 어린이들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SOS어린이마을 제공.
▲대구SOS어린이마을은 46년에 걸쳐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면서 어린이들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대구SOS어린이마을 제공.
▲대구SOS어린이마을 전경.
▲대구SOS어린이마을 전경.

어제(5일)는 어린이 날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밝고 티없이 자라야 하는 존재가 어린이다. 하지만, 경제적 궁핍과 부모의 이혼 등으로 벼랑으로 내몰리는 어린이들이 적지 않는 게 현실이다. 1963년에 문을 연 대구SOS어린이마을. 46년이란 긴 세월에 걸쳐 위기에 처한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면서 어린이들의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 대구SOS어린이마을을 문답 형식으로 알아봤다.

-SOS어린이마을에 대해 생소한 분도 많은 것 같은데요.

▶SOS란 '우리의 영혼을 구해주소서'(Save Our Souls)란 뜻입니다. SOS어린이마을은 전 세계 132개국에 415개 어린이마을이 있지요. 창설자는 오스트리아 사람 헤르만 그마이너(1919~1986) 씨로, SOS어린이마을을 창안해 전 세계 부모 없는 어린이들이 가정적인 환경에서 참다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일생을 바쳤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에 있는 SOS어린이마을 국제본부에서 이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국제본부는 범세계적인 모금 운동을 통해 기존 마을들이 SOS정신에 따라 사업을 펴나갈 수 있도록 정신적, 경제적으로 지원하지요. 또 제3세계의 국가에 새로운 마을을 설립, 확장해 나가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구, 서울, 순천 세 곳의 SOS어린이마을도 그마이너 전 총재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문을 여는 게 가능했지요.

-대구SOS어린이마을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문을 연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와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한국SOS어린이마을은 하 마리아 여사란 분에 의해 1960년 구두닦이나 넝마주이 소년들 20명을 모아 근로소년단을 조직, 함께 생활함으로써 출발했지요. 1962년 여사는 가정의 따뜻한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어린이들에게 자상한 어머니의 보살핌으로 자라게 해주기 위해 SOS어린이마을 창설자인 헤르만 그마이너씨를 만나 한국에 SOS어린이마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마을설립 기금 조성을 위해 우리나라 쌀 한 말을 오스트리아에 갖고 가 유럽 후원자들에게 "이 쌀 한 알로 한국의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다"라는 '쌀 한 톨 캠페인'을 벌였지요. 헤르만 그마이너씨가 한국에서 모아 온 쌀을 한 톨씩 정성스레 포장한 후 "쌀 한 톨을 1달러에 사주면 한국에 SOS어린이마을을 짓겠노라"고 유럽 각 국에서 모금 운동을 벌일 결과 엄청난 호응을 얻었지요. 그 기금으로 대구에 SOS어린이마을을 설립했습니다. 대구SOS어린이마을은 SOS를 전 세계로 파급시키는 교두보 역할은 물론 국경, 인종, 종교를 초월한 보편적 아동복지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였지요.

-시설 현황과 함께 어떻게 운영되는지 궁금합니다.

▶4월 현재 미취학 아동 2명, 유치원생 8명, 초등학생 35명, 중학생 23명, 고등학생 19명, 대학생 9 등이 대구SOS어린이마을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이 세상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우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 어린이들이 있지요. SOS어린이마을은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게 된 아이들을 SOS가족이라는 영구한 가정 안에서 자립할 때까지 보호, 양육하는 아동복지시설이지요.

SOS어린이마을에서 어린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하는 사업은 주로 가능한 한 자연스러운 가족의 형태로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기르는 것이지요. 어린이들은 단순히 SOS가족 안으로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자신이 절실히 찾던 안정, 따뜻한 관심, 진짜 내 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만이 건전한 사고를 하는 어른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우리 사회 더 나아가 인류사회가 밝아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SOS어린이마을은 단순한 아동복지시설이 아니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미래 지향적인 운동이지요.

-네 가지 교육 원리도 실천하고 있지요.

▶SOS어린이마을에 들어오는 모든 어린이는 새로운 어머니를 만납니다. 그 어머니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버림받은 아이들과 한 가정을 이루어 그들에게 가장 절실한 어머니의 사랑과 보살핌, 가정의 안식을 되찾아 줍니다.

여러 연령층의 남녀 어린이 7, 8명이 한 형제자매로서 함께 자랍니다. 이 형제자매 집단에서 어린이들은 남녀의 역할과 언니, 동생의 역할 등을 배우면서 사회성을 발달시킵니다. SOS어린이마을 가정마다 각자 독립된 집이 있습니다. 이렇게 독립된 각자의 집은 아이들에게 내 집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집은 아이들의 영원한 안식처인 동시에 SOS어린이마을 가족은 경제적으로 독립된 단위입니다. 마을은 아이들에게 안정을 주는 동시에 사회로 나가게 하는 출구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가정의 자원을 넘어 보다 큰 마을 공동체 안에서 건전한 사회인으로 통합될 만반의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아이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거나 소외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사회를 치유하고 재생시키는 듬직한 기둥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야말로 SOS어린이마을의 중요한 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마을에 들어올 수 있는 대상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운데 기아와 미아, 부모의 별거나 가출, 빈곤이나 실직 등 경제난에 시달리는 가정의 어린이, 미혼모나 혼외 출생아, 가정폭력이나 학대, 방임 등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대상입니다. 연령은 18세까지이며 입소비용은 없습니다. 마을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경비는 정부 보조금과 후원자님들의 후원금 그리고 독지가들로부터 받은 기부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여러분의 방문을 환영하며 관심과 애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을 위한 식품류, 의류, 문구류 등 물품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의 053)983-3154. 홈페이지 http://daegu.koreasos.or.kr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